BK와 이치로는 '신기(神技)의 사나이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02 15: 43

얼마 전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진기를 연출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시애틀 매리너스의 일본인 스타 이치로(32)가 '신기'의 타격솜씨를 선보여 '아시아가 배출한 야구 천재들'임을 과시하고 있다.
김병현의 진기는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시절 연마했던 '비법'이었다. 김병현은 지난달 19일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회 1사 만루에서 브래드 윌커슨 타석 때 폭투와 패스트볼을 연속으로 범했다. 첫 번째 폭투는 윌커슨의 등 뒤로 날아갔지만 백스톱에 있는 광고판을 맞고 곧바로 튀어나왔고 포수 대니 아도인이 재빨리 3루로 송구, 홈을 노리고 리드했던 3루주자 슈나이더를 태그아웃시켰다.
김병현은 다음 투구 때는 포수 아도인이 패스트볼을 범해 주자들을 한루씩 진루케 했지만 윌커슨을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1사만루에서 폭투와 패스트볼이 나오고도 실점하지 않는 진기를 연출했다. 홈플레이트와 백스톱간의 거리가 짧은데다 광고판까지 도와줘 전화위복이 됐다.
김병현은 이날 경기 후 미디어담당인 김우일 씨(대니얼 김)와의 전화통화에서 반농담으로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감독 선생님의 지시로 폭투로 광고판을 맞혀 주자를 잡는 방법을 훈련한 적이 있는데 최고 무대라는 빅리그에서 효과를 봤다'며 웃었다고 한다. 이런 장면은 사실 빅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병현은 언더핸드 투수답지 않게 타자와 스피드 경쟁을 하는 특이한 선수다. 대담한 선수'라며 김병현의 자질을 인정한 일본 출신의 '타격 천재' 이치로도 김병현 못지 않은 신기를 펼쳐보였다. 이치로는 지난 1일 세이프코필드 홈구장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전에서 바운드 볼을 쳐내는 '신기'를 연출했다. 이치로는 4회말 클리블랜드 선발 제이크 웨스트브룩과 3번째 대결을 가졌다. 웨스트브룩은 2-0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자 3구째에는 원 바운드를 일으키는 130km짜리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그런데 이치로는 어이없게도 명백한 볼에 배트를 휘둘렀고 더 놀랍게도 공을 맞혔다. 타구가 뻗지 못한 탓에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자는 처음에는 자기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저것 좀 보라. 분명히 바운드 볼을 쳐서 플라이 볼을 만들어냈다'고 외쳤고 반복 화면을 통해 확인되자 "저런 장면은 본 적이 없다. 크리켓 같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애틀 공식 홈페이지도 이치로가 원 바운드 볼을 치는 장면의 사진을 올려 놓고 사진 설명을 곁들여 관심을 표시했다.
사실 이치로는 일본 오릭스 시절 원 바운드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어 낸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비하면 배팅 컨트롤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두 야구 천재가 '또다른 특기'로 빅리그 팬들에게 흥미를 제공하고 있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