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26.LA 다저스)과 김선우(28.워싱턴)가 3일(한국시간)부터 워싱턴 RFK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두 팀간 3연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만난다. 지난해 두 차례 맞대결한 데 이어 근 1년만의 재회인데 둘의 처지가 많이도 닮았다.
둘은 최희섭이 플로리다 말린스, 김선우가 몬트리올 엑스포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해 4월 14일 엑스포 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 맞부딪쳤다.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최희섭을 구원 투수 김선우가 8회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첫 맞대결은 선배의 승리로 끝났지만 곧 최희섭이 빚을 갚았다. 최희섭이 플로리다에서 LA 다저스로 전격 트레이드되고 난 다음인 지난해 8월24일 김선우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 역시 선발 출장,두 번째 타석에서 총알같은 우전안타를 뺏어냈다.
이 경기에서 김선우는 6회 2사까지 비자책 1실점으로 잘 막고도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괴퍅한 투수 운용 때문에 6-1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조기 강판했고 불펜진이 두들겨 맞는 바람에 승리도 날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당했다. 로빈슨 감독이 최희섭 타석에서 김선우를 내리고 좌완 조이 아이셴으로 바꾸자 짐 트레이시 감독도 최희섭을 빼고 올메도 사엔스를 대타로 냈다. 좀처럼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해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언저리를 겉도는 최희섭과 김선우의 우울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맞대결 성적 3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인 선배와 후배가 다시 만나게 됐지만 사정은 그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최희섭은 트레이시 감독의 고집스런 플래툰 시스템의 올무에 사로잡혀 6월 한 때 4경기 7홈런으로 폭발했던 타격감도 완전히 잃고 다시 2할4푼대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간간이 출장 기회를 잡았지만 최근 7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되며 대타 요원으로 전락했다. 올메도 사엔스와 나눠쓰기도 벅찬 1루엔 최근 포수 제이슨 필립스가 끼어드는 바람에 자리가 더 비좁아진 것. 도루저지율이 고작 14%인 필립스의 방망이를 중용하겠다는 트레이시 감독의 결정이 또다시 '불똥'이 되서 최희섭에게 튄 것이다.
트레이시 감독은 지난주 신시내티-세인트루이스와 홈 7연전에서 3차례나 필립스를 1루수로 썼고 마스크는 마이너리그에서 불러올린 디오너 나바로에게 씌웠다. 2할4푼 46타점을 올린 필립스는 감싸고 돌면서 최희섭(2할4푼5리, 33타점)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 트레이시 감독의 고집도 알아줄 만하다.
김선우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긴 매한가지다. 5월말 뒤늦게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가뭄에 콩나듯 등판 기회를 잡을 때마다 사력을 다해서 던져왔지만 한 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졌다. 지난달 23일 휴스턴전에 선발 라이언 드리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1⅔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얻어 맞으며 8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를 했다. 3점대로 낮췄던 방어율은 6점대로 뛰었고 후유증은 오래 갔다.
6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지난달 29일 애틀랜타전에선 팀이 2-4로 추격 중이던 6회 등판했지만 선두 타자 제프 프랭코어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애틀랜타와 3연전을 모두 내준 워싱턴은 두달 가까이 지켜오던 지구 선두를 내줬고 이후 6연패로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좀처럼 지지를 보내주지 않는 깐깐한 성품의 감독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의 팀. 자신도 팀도 닮은 꼴인 동병상련의 김선우와 최희섭이 이번 3연전에서 맞대결한다면 누구를 응원해야 할까. 최희섭이 안타를 날려도 김선우가 삼진을 잡아도 마음이 아프긴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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