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문희성(32)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만년 2군 신세였다. 오죽했으면 '2군 용병'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군 경기에선 괴력을 과시했지만 1군만 오면 방망이가 물을 먹었기 때문에 붙은 달갑지 않은 별명이었다. 여기다 지난해 야구판에선 "문희성이 김경문 감독 눈 밖에 났다"는 소리도 들렸다. 이유는 팀의 결속을 가장 중시하는 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게 홈런 치고 들어오는 선수 환영해주러 나오지 않는 것인데 문희성이 그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나 문희성은 부임 첫 해인 김 감독 밑에서 이렇다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김 감독이 올 시즌 들어와서는 문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싹 바뀌었다. 개막 이전부터 문희성을 중심 타선에 넣고 꾸준히 기용했다. "열심히 하는 선수는 감독도 도와주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김 감독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발가락이 아픈 데도 참고 뛰었다"면서 문희성의 허슬 플레이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 맞아도 웬만하면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복안을 밝혔다. 지난 2일 LG전은 김 감독의 이런 뚝심이 빛을 발한 날이었다. 문희성은 이날 연타석 홈런으로 5타점을 쓸어담으며 두산의 연패를 '5'에서 스톱시켰다. 지난 5월 4일 LG전에서도 대타로 나와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바 있었는데 또 한 번 서울 라이벌을 상대로 '한 건' 터뜨린 것이다. 문희성은 경기 후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말씀도 없이 믿어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조금이라도 해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주창하는 '믿음의 야구'가 또 한번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