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야구는 '멘털 스포츠'라 칭한다. 기량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무엇보다 우선시된다는 의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박찬호(32)는 성격이 무척 예민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4일(한국시간) 오랜만에 내셔널리그에 복귀한 박찬호는 최약체 중의 하나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맞아 4⅓이닝 동안 7실점(6자책) 하는 부진을 보였다.
트레이드 여파로 10일만에 등판해 투구감이 떨어진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내로라하는 강타자가 없는 파이어리츠 타선에 난타를 당한 것은 그만큼 박찬호가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는 반증이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파드리스의 승리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지나친 부담감이 경기를 그르친 것.
브루스 보치 감독도 "솔직히 박찬호의 투구가 기대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얼핏 보기에는 립서비스처럼 보이지만 과거 LA 다저스 시절부터 숱하게 박찬호를 봐왔기 때문에 이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치 감독이 박찬호를 믿는 구석에는 바로 투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펫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펫코구장의 우중간쪽 가장 깊은 곳은 거리가 무려 127m에 달해 라이언 클레스코와 같은 좌타 슬러거들의 원성을 받아오곤 했다. 우중간으로 제트 기류가 형성돼 홈런 공장으로 악명이 높았던 알링턴 볼 파크를 홈으로 사용했던 것과는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박찬호가 편한 마음으로 타자들과 공격적인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또 하나 파드리스에는 과거 다저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박찬호가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백전노장 에릭 영(39)은 박찬호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7년부터 99년까지 다저스의 1번타자로 호흡을 맞췄다. 페드로 아스타시오(37)는 빅리그 초년병 시절 이스마엘 발데스와 함께 다저스의 '영건 3총사'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인연이 있고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구원투수 루디 시아네스도 94년과 95년 팀 동료였다.
실제로 박찬호는 지난 3일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실시한 첫 훈련에서 영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나란히 누워 스트레칭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박찬호는 오는 10일 한양대학교 3년 선배 구대성이 속해있는 뉴욕 메츠를 상대로 홈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된다. 또 상대 선발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손지석 통신원 andre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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