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6.콜로라도 로키스)이 호투하며 선발투수로서 성공적인 재기를 과시하면서 전 소속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속쓰리게 하고 있다.
보스턴은 김병현의 올 시즌 연봉 600만달러의 대부분인 560만달러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는 터라 김병현이 호투를 하면 할수록 속이 타고 있는 것이다. 보스턴은 트레이드 당시 부진한 투구로 '골칫덩어리'인 김병현을 내보내는 데 성공하고 유망주를 얻었다며 좋아했지만 지금은 돈은 돈대로 대주면서 남의 집 좋은 일만 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런 보스턴이 더욱 배가 아프게 됐다. 보스턴 구단은 6일(이하 한국시간) 지난 3월 30일 김병현과 맞트레이드 카드로 콜로라도에서 영입했던 마이너리그 좌완 투수인 크리스 나버슨을 방출 대기 조치했다. 일본에서 거포로 맹활약했던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올리기 위해 나버슨을 포기했다. 보스턴 산하 트리플A 포터킷 레드삭스에서 선발 수업을 쌓고 있던 나버슨은 20게임에 선발 등판, 4승 5패에 방어율 4.77로 기대한 만큼의 호투를 보여주지 못해 결국 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결국 보스턴은 올 시즌 부활한 김병현만 콜로라도에 연봉까지 대주기로 하고 건네주었을 뿐 대가를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손해를 보게 됐다. '김병현 처분하기'에만 몰두했던 보스턴으로선 업보인 셈이다.
보스턴 시절 김병현은 2년간 1000만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았지만 투구 밸런스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부진했다. 지난해 성적은 2승 1패에 방어율 6.23. 선발은 고사하고 불펜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해 포스트시즌에는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김병현이 부진하자 극성스런 보스턴 지역 언론들과 팬들은 김병현을 거세게 비난했다. 급기야 김병현을 영입했던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도 “김병현 영입은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보스턴은 김병현의 ‘처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결국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콜로라도가 김병현을 낙찰받았다.
하지만 김병현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콜로라도에서 멋지게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해발 1650m에 위치한 덴버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공기 밀도가 낮아 공의 속도는 증가하지만 직구의 볼끝이 무뎌지고 변화구의 각이 밋밋해진다. 반면 타구의 비거리는 10% 이상 늘어나 평범한 플라이도 홈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병현에게 콜로라도는 '기회의 땅'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으로 뛰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선발로 전환한 후에는 연일 호투, 콜로라도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까지 올 시즌 성적은 2승 8패, 방어율 5.14로 별로이지만 빅리그 최약체 팀전력과 불펜때 부진한 기록으로 인한 것이어서 표면 성적만 봐서는 안된다.
보스턴은 김병현의 호투에 속이 쓰리지만 빅리그 최저 연봉 수준인 40만달러에 김병현을 쓰고 있는 콜로라도는 웃음꽃이 만발이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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