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6, 콜로라도)의 현재 투구폼은 미국 진출 전과 완전 딴판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의 투구폼을 열심히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다. 김병현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투구 동작을 시작할 때 정지 상태에서 상체를 굽히는 각도와 글러브를 쥐어드는 높이 같은 건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본땄고 공을 뿌리기 전 어깨를 2루쪽으로 크게 틀었다 던지는 동작은 케빈 브라운(뉴욕 양키스)을 벤치마킹했다. "타고난 재주는 별로 없지만 원래 눈썰미는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남을 보고 따라하는 건 자신 있는데 훌륭한 투수의 좋은 면은 다 따라해서 나만의 투구폼을 완성하고 싶다"는 게 김병현의 말이었다. 김병현과 한솥밥을 먹게된 김선우(28)도 97년말 보스턴에 입단한 뒤로 '투구폼 따라하기'에 열중했다. 대상은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이다. 지난 2000년 토론토 원정 길에서 만난 김선우가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들의 투구폼을 직접 지켜보니 조금씩 다른 점은 있어도 큰 동작은 모두 같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려면 그런 투구폼을 배워야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기억이 난다. 체구가 크지 않은 김선우는 대부분 국내 투수들처럼 하체를 무너지듯 홈플레이트 쪽으로 내던지며 '온몸으로' 투구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미국 투수들처럼 끝까지 하체를 세우고 던지는 스타일로 변신했다. "보기엔 상체만 써서 대충대충 던지는 것 같지만 하체를 무너뜨리지 않는게 공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김선우는 몬트리올 이적후 프랭크 로빈슨 감독으로부터 "저게 메이저리그 투수냐"는 모욕적인 비난까지 들었지만 변신을 위한 여정을 중단하지 않았다. 구종도 국내에서 많이 던지던 슬라이더 대신 커브와 체인지업,포심과 스피드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그만의 투심패스트볼 위주로 바꾸며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믿고 따르는 선배인 김선우에 대해 김병현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들 이런 저런 선수들을 최고 투수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전 선우 형이 국내 최고 투수라고 생각했어요. 건방진 말 같지만 맞붙어서 꼭 한 번 꺾고 싶다는 생각이 든 투수는 선우 형 한 명뿐이었습니다". 김병현은 "지금은 선우 형이 고생하고 있지만 언젠가 꼭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글보다 더한 메이저리그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아 최고 중의 최고가 되기 위해 김병현과 김선우는 자기를 버리고 연구하고 모색하며 6~7년이라는 짧지 않은 젊음을 바쳤다. 한국이 낳은 두 걸출한 투수는 목표로 삼은 최종 기착점이 아직 눈 앞에 다가서지 않은 가운데 결국은 한 배를 타게 됐다. 어쩌면 선발 투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지도 모르지만 서로에 대한 큰 믿음과 존경이 있기에 부딪힘 없이 손을 맞잡고 함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9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 가질 더블헤더 1,2차전 연속 선발 출격이 그 시작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