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약물 검사 '사각지대'?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08 10: 38

메이저리그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도 약물 복용 파문이 일 조짐을 보이면서 관심은 한국 프로야구로 쏠리고 있다. 3년 전 진갑용(삼성) 사건에서 드러났듯 한국도 '약물 안전지대'가 아닌데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할 것인지 궁금한 노릇이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올해까지 24년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약물 검사를 실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때마다 아마추어 기구인 대한야구협회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사전 검사 차원에서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게 전부다. 지난 2002년 진갑용 파문은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힌 진갑용이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자 "후배를 위해 일부러 소변에 약을 탔다"고 거짓말을 했다 들통이 난 일이었다.
당시 KBO는 "각종 약물에 대한 금지 규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약물 검사를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KBO도 8개 구단과 함께 약물 검사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지만 1년 넘도록 결론이 난 게 없다. KBO도 구단도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가장 큰 고민은 적발이 된 선수에게 내릴 처벌의 강도"라고 말했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 현실상 주전급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 출장 정지 등의 징계를 받을 경우 입을 전력의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 밑바닥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하지만 선수 보호와 프로야구의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선 약물 복용 검사의 의무화는 피해갈 수 없는 길로 보인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선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크레아틴이 애용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아니지만 크레아틴 역시 과다 복용할 경우 신장 손상, 근육 파열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해마다 해외 전지훈련을 가고 팀마다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더 강력한 약물이 선수들에게 퍼지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
메이저리그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에게 첫 적발시 10일, 두 번째 적발시 30일, 세 번째 적발시 60일, 4 번째 적발시 1년 출장 정지에 그 이상은 커미셔너가 징계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올 시즌부터 시행된 규정이고 2003년부터 2년간 계도 기간을 둬 선수들에게 '준비'를 할 시간을 줬다. 강경하기로 소문난 선수노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단체협약까지 개정해주며 약물 추방에 한 목소리를 냈다.
당장 처벌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금지 약물 리스트부터 만드는 게 KBO와 구단의 책임있는 행동이다. 선수협회도 '야구 월드컵 입상시 병역 면제'만 얘기하지 말고 약물 검사 도입에 앞장 설 필요가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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