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경질'이 과연 최선일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08 15: 08

조 본프레레 감독이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졸전으로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3차전 일본전의 0-1 패배는 타오르는 ‘경질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자는 주장은 한국 축구가 현 체제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보인 졸전의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물론 동아시아축구선수권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본전 후 본프레레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시험하고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궁색하게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감독 경질이 한국 축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은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닐 뿐 더러 새로운 감독이 한국 축구의 2006 월드컵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해냈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던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을 되짚어 봤을 때도 일방적인 비난과 질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처음부터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절정을 이뤘던 것은 월드컵을 코 앞에 둔 2002년 2월이었다. 2001년 5월 컨퍼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게, 같은 해 8월 체코에게 0-5로 패하며 '0-5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은 히딩크 감독은 2001년 11월 크로아티아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였고 12월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둬 여론이 잠잠해졌지만 2002년 벽두부터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봇물을 이뤘다.
2002년 1월 미국전지훈련의 일환으로 참가한 북중미골드컵에서의 졸전 때문이었다.‘하루 빨리 베스트 멤버를 확정하고 조직력을 담금질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실험만 계속한다’는 것이 히딩크호에 쏟아지는 비난의 요지였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히딩크호는 북미골드컵에서 멕시코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을 뿐 1무 3패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고 2월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1-2로 패했다.
그러나 히딩크호는 유럽 전지훈련에서 몸을 추스린 후 2002년 4월 2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달라진 전력을 과시했다. 이후 스코틀랜드(4-1) 잉글랜드(1-1) 프랑스(2-3) 등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보이며 월드컵 본선을 맞이했고 결국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한때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의심 받기까지 했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의 구세주이자 국민적 영웅'으로 거듭났다.
물론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던 때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이 같은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감독 경질이 능사일 수는 없다. 감독 교체가 한국 축구의 연전연승과 독일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보장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본프레레 감독이 기자 회견 후에 밝혔던 “이번 대회는 월드컵을 위한 준비 과정이고 선수들을 테스트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한 말은 패장의 궁색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실패가 실제로 대표팀의 월드컵 준비 과정에 ‘쓴 약’으로 작용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일 아닌가.
김정민 기자 cjones10@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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