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양대리그, 지구끼리 닮았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12 10: 53

아무리 봐도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는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동부지구를 전통 강호가 호령하고 서부지구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야 벌써 몇 년째 되풀이돼 온 현상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올 시즌만큼 양대 리그의 양상이 판박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동부-중부-서부지구별로 많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다크호스의 일장춘몽(동부지구)
1등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워싱턴 내셔널스가 강자들이 즐비한 동부지구에서 올 시즌 약속이라도 한 듯 돌풍을 일으켰다. 볼티모어는 미겔 테하다-브라이언 로버츠의 뜨거운 방망이을 앞세워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시즌 개막부터 두 '거함'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제치고 뛰쳐나갔지만 마운드가 힘이 떨어지자 타자들마저 부상에 휩싸이며 결국 올스타 브레이크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워싱턴도 프랭크 로빈슨식 짜내기 야구와 리반 에르난데스의 무쇠팔, 호세 기옌-닉 존슨 듀오의 맹활약과 채드 코르데로의 철벽 마무리로 전반기 내내 1위 돌풍을 이어갔지만 부상자 속출과 타선 침묵으로 후반기 초입에서 발목을 잡혔다.
양대 리그 동부지구 선두는 결국 다시 보스턴 레드삭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두 맹주의 수중으로 넘어왔다. 특히 애틀랜타는 시즌 중반 투타에 걸친 줄부상에도 카일 데이비스와 제프 프랭코어, 켈리 존슨, 브라이언 매캔, 라이언 랭거핸스 등 루키들을 대거 중용, '모로 가도 서울은 가는' 13년 연속 지구 1위팀의 무서운 저력을 떨치고 있다.
▲절대 강자 + 만년 낙제생들(중부지구)
메이저리그가 동부-중부 양대 지구 체제에서 1994년 3개 지구 체제로 바뀌면서 탄생한 '막내' 중부지구는 지난해까지 10년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다. 올해 그 한을 풀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거의 확실해 보이는 사실이 하나 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양대 리그 모두 중부지구에서 최다 승률팀이 나올 것 같다는 점이다.
투타 완벽한 균형으로 거칠 것 없이 달려온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 모두 시즌 100승이 가능한 페이스다. 지난해 15년만에 다시 다가온 월드시리즈 정상의 문턱에서 4전 전패의 치욕을 당한 현역 최다승 감독 토니 라루사가 설욕의 기회를 잡을 것인지, 감독 2년차인 아지 기옌이 시카고 야구팬들에게 87년만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선사할 것인지 궁금하다.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의 빛나는 성공 뒤엔 어두운 그늘이 드려져있다. 가장 실망스런 스토리는 시카고 컵스다. 메이저리그 최강이라는 선발진이 우드-프라이어의 잇단 부상과 그렉 매덕스의 부진 등으로 제대로 힘 한 번 못쓰고 무너져내렸다. 마글리오 오도녜스를 영입하며 의욕적으로 13년만의 승률 5할에 도전했던 디트로이트와 12년만의 5할 승률을 노렸던 피츠버그도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낙제생'의 꼬리표를 떼내지 못했다.
▲안개 속, 하지만 차원은 다르다(서부지구)
승률 5할에 서너 게임만 더 따면 지구 1위가 절반은 보장되는 내셔널리그나 오클랜드와 LA 에인절스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나 서부지구의 임자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물론 결정적 차이가 있다. 현재로선 오클랜드든 에인절스 등 선두 경쟁에서 탈락하는 팀이 와일드카드로 막차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1위에서 밀리면 그대로 벼랑 끝이다.
'후반기의 팀' 오클랜드와 휴스턴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등 대이변을 일으키는 듯했던 2005 메이저리그는 예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따분하기는 커녕 갈수록 흥미진진하기만 한 게 메이저리그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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