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고등학교 선생님부터 빵집 사장까지. 한화 이글스 투수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히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시킬 정도다. 그러나 5위 롯데에 7경기나 앞서 있는 어엿한 '4강 구단'의 마운드다. 올 시즌부터 한화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일본 전훈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마무리로 점찍어 뒀던 권준헌이 아파서 공을 못 던지고 지난해 신인왕 후보까지 올랐던 선발 요원 송창식마저 부상자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었다. 이들 투수의 회복이 개막 이전에는 된다는 전제 하에 용병 2명을 전부 타자로 뽑은 김 감독으로선 눈 앞이 깜깜할 노릇이었다. 세간에선 "에이스 송진우만 무너지면 한화 마운드는 그대로 붕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 때부터 마법사와 같은 역량을 발휘했다. 야구를 접고 대전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지연규를 다시 불러와 마무리로 들어앉힌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은 주변의 우려가 들리면 "얘가 우리 팀에서 공이 제일 빨라"라는 말로 되받아쳤다. 그리고 지연규는 올 시즌 19세이브를 성공시키면서 36세 나이에 올스타로까지 선정됐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의 한국판 버전처럼. 김 감독의 개조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투수도 아니었다"고 고백한 지난해 0승 투수 정민철을 재기시킨 걸 비롯해 김해님(6승) 최영필(7승)도 이미 자신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작년 15패(4승) 투수 문동환도 올해는 정민철과 더불어 팀 내 최다승(8승) 투수로 거듭났다. 이 때문에 송진우가 부상으로 이탈한 적이 있었는데도 한화의 상승 무드는 꺾이지 않았다. 불펜에선 작년 시즌을 마치고 군대가려던 정병희를 붙들어 앉혔다. 여기에 전직 빵집 사장이자 야구 해설자였던 조성민까지 가세시켜 지난 15일 승리투수로 만들어냈다. 작년 드래프트에서 외면당한 뒤 "아무도 안 시켜준다"면서 사실상 야구를 포기할 의사를 밝혔던 조성민이 '데뷔전 승리투수'로 변신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프로야구의 정신인 '꿈의 구현'을 실현하고 있는 김인식 한화호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