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6.콜로라도)이 지난 2001년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도중 만화책을 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평소에도 한인 타운이 있는 도시에서 원정 경기를 치를 때면 만화방을 즐겨 찾던 김병현은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3차전 때 비닐 봉지에 만화책을 챙겨 들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9.11 테러 직후라 선수들도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할 때여서 김병현은 검색요원에게 비닐 봉지를 따로 검사받아야 했다. 얼마 전 김병현은 "콜로라도에서의 생활이 편안하고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번잡하고 부대끼는 것보다는 만화방 한 구석에 몇 시간씩 처박혀 '독서'하길 좋아하는 그의 성격상 이 말은 진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병현에게 선택을 하라면 십중팔구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대도시보다는 한적하기 그지 없는 덴버에서의 생활을 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병현이 올 시즌이 끝난 뒤에 콜로라도에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현재 로키스 25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 중 절반이 넘는 15명 정도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31만달러 남짓을 받는 루키급 선수들이다. 팀 연봉 4816만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24위로 올 시즌을 시작한 콜로라도는 최근 한달 새 1500만달러를 넘게 '다이어트'를 했다. 팀 내 연봉 2위이던 프레스턴 윌슨(1250만달러)를 워싱턴으로 트레이드시켰고 숀 차콘(235만달러) 조 케네디(220만달러)를 양키스와 오클랜드로 보내는 등 조금이라도 몸값 나가는 선수들은 다 팔아치웠다. 그 유일한 예외가 헬튼과 김병현이다. 팀내 연봉 1위인 헬튼(1260만달러)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콜로라도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기 때문이고 김병현을 보듬은 이유도 분명하다. 보스턴과 맺었던 2년 계약의 마지막 해인 올 시즌 김병현의 연봉은 657만5000달러다. 하지만 보스턴과 트레이드를 하면서 콜로라도가 부담하기로 한 액수는 4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콜로라도 구단의 눈엔 김병현이 고액 연봉자가 아니라 최저 연봉을 조금 넘는 또 한명의 '저렴한' 선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시 즌이 끝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보스턴 시절 쓸모 없는 '골칫덩이'에서 올 시즌 쓸 만한 선발 투수로 거듭난 김병현이 내년 시즌 올해만큼 연봉을 받긴 힘들겠지만 300만~400만달러는 어렵지 않게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4,5선발이 300만~400만달러라면 매력적인 조건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병현에게 많은 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김병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몇 안되는 팀을 꼽으라면 콜로라도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하위권 팀들도 예년처럼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선수들을 무턱대고 팔아대기 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례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적이 안 나도 관중이 들어차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는 거의 유일한 예외다. 피츠버그 밀워키 등 시즌 개막 당시 콜로라도보다 연봉이 낮았던 팀들 대부분이 '몸집'을 줄이지 않아 콜로라도는 현재 탬파베이(시즌 개막 당시 2970만달러)와 함께 사실상 팀 연봉이 메이저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40만달러짜리' 김병현에겐 매력을 느낄지 몰라도 '300만달러짜리' 김병현에게 달려들 것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더블A 투수 두 명을 받고 숀 차콘을 양키스에 팔 때부터 '목표 의식 없는 몸집 줄이기'라는 비난을 받고도 꿋꿋했던 콜로라도가 가는 길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03년 팀 연봉이 6700만달러였던 콜로라도는 지난해 6500만달러, 올 시즌 4800만달러에 이어 내년 시즌엔 3000만달러대 팀 연봉이 유력한 상태다. 어차피 신인들 위주로 리빌딩을 택한 만큼 그동안 비용이라도 최대한 줄여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트레이드나 FA 선수의 새 팀 구하기는 시장 상황이나 에이전트의 능력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선수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고 볼 수는 없다. 콜로라도에 더 머물고 싶은 게 김병현의 마음일지라도 앞으로 한 달 반 남짓 남은 시즌이 올 겨울 또다른 팀으로 떠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남은 시즌 뛰어난 성적을 낸다고 해서 콜로라도에 남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김병현이 전력을 다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앞으로 한 달 반이 내년 시즌 김병현의 새 보금자리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