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롯데 마린스 이승엽(29)은 지난 7월 30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부터 타순이 7번으로 고정돼 있다. 포지션은 지명타자, 1루수, 좌익수 등으로 수시로 변하지만 타순은 쭉 7번이었다.
시즌 23호 홈런을 때려낸 지난 18일 세이부 라이온즈전에서도 이승엽은 7번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아울러 8번에는 용병 파스쿠치를 포진시켰다. 전날까지 22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한 '미스터 롯데' 이마에는 6번에 들어갔다. 그리고 7회부터는 대타로 간판타자 후쿠우라까지 9번 타순에 집어넣었다.
상위타선이나 중심타선보다 하위타선이 훨씬 더 막강한 '특이한' 타순이 형성된 셈이다. 클린업 트리오에 프랑코-사부로-하시모토 등이 들어갔으나 장타력이나 상대 투수에게 주는 위압감을 고려할 때 하위타선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얼핏 이는 예전 요미우리 감독이었던 미즈하라 시게루가 시도했던 타순 조합을 연상시킨다. 미즈하라는 강타자를 중심타선에 몰아넣지 않고, 하위타선에 나눠 기용하는 공격법을 시도한 바 있다. 밸런타인 감독이 미즈하라를 벤치마킹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승엽은 지난 9일부터 7경기 연속안타를 치고 있고, 이 가운데 4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다. 장타율이 5할 7푼 1리나 되는 7번타자인 것이다. 8번 파스쿠치도 최근 6경기에서 5홈런을 포함해 9안타 5볼넷을 얻어내고 있다. 두 타자는 나란히 득점권 타율도 3할을 웃돈다.
퍼시픽리그 선두 소프트뱅크와 더불어 '리그 최강의 타선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 롯데의 힘은 기묘하게도 일본 프로야구 '최강의 7번타자'라 할 수 있는 이승엽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든 셈이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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