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치의 승승장구와 마쓰이 가즈오의 시련
OSEN U05000293 기자
발행 2005.08.19 15: 30

학교(일본 프로야구) 성적이 좋았다고 사회(메이저리그) 나가서도 성공이 꼭 보장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올시즌 메이저리그를 보면 일본인 선수들의 위상이 '역전'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마쓰이 가즈오(30. 뉴욕 메츠)와 이구치 타다히토(31.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꼽을 수 있다.
마쓰이 가즈오는 지난해 입단 당시만 해도 "이치로의 정교함과 마쓰이 히데키의 장타력을 겸비한 만능타자"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작년에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메츠는 올 초까지만도 '팀 내 드물게 팀배팅을 할 줄 아는 타자'라면서 2번타자로 중용했다. 지난해 유격수로서 23개의 에러를 저지르자 포지션을 2루수로 전향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1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타율 2할 2푼 7리에 3홈런 21타점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고 있다. 주전 2루수 자리는 미겔 카이로에게 뺏긴 지 오래다. 어쩌다 가끔 출전하면 셰이 스타디움의 홈팬들에게조차 야유를 듣는 처지가 됐다. 이미 뉴욕 언론은 '올시즌이 끝나면 메츠를 떠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이구치는 19일 현재 타율 2할 7푼 8리, 11홈런 47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팀 화이트삭스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안타도 98경기에서 104개를 쳐냈다.
두 선수의 일본 시절 커리어를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마쓰이 가즈오는 세이부 시절(1995~2003) 통산 타율이 3할 9리였고, 150홈런 306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02년에는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이치로(당시 오릭스)와 함께 퍼시픽리그를 양분하는 타자였다. 이에 비해 다이에(현 소프트뱅크)에서 뛰던 이구치(1997~2004)는 타율 2할 7푼 1리, 149홈런 159도루를 기록했다. 2003년 27홈런-42도루로 최고 시즌을 보내기도 했으나 다이에 타선이 막강한 덕을 봤고, 상대적으로 마쓰이 가즈오보다 공수에서 낮게 평가된 게 사실이었다.
이런 경우는 두 선수 외에 투수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노모 히데오를 비롯 야쿠르트 에이스였던 이시이 가즈히사, 일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다카쓰 신고는 지금 마이너리거 신세다. 그러나 이들보다 훨씬 지명도가 떨어졌던 하세가와(시애틀)나 오쓰카(샌디에이고)는 빅리그 불펜투수로 꾸준히 던지고 있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일천한 오카(밀워키)는 유일한 선발투수로 남아있다. 오카는 로저 클레멘스(휴스턴)를 상대로 19일 시즌 8승(7패)째를 따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가 노모, 이치로, 사사키 등 일본의 슈퍼스타들에게 신인상을 줬을 때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구치와 마쓰이의 '인생역전' 사태를 볼 때 메이저리그의 콧대가 당분간은 낮아지지 않을 듯 보인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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