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라루사, 올해는 '부상 악몽' 떨칠까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08.19 16: 46

1988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1차전. 3-4로 뒤진 다저스의 9회말 마지막 공격 2사 1루에서 토미 라소다 감독은 커크 깁슨을 대타로 내세웠다. 정규시즌 25홈런으로 내셔널리그 MVP에 오른 깁슨은 무릎 부상이 심해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절룩이며 타석에 등장한 깁슨은 오클랜드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대타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절뚝거리며 베이스를 도는 깁슨을 씁쓸한 얼굴로 지켜보던 토니 라루사 오클랜드 감독의 곁에는 호세 칸세코와 함께 '배쉬 브라더스'로 주가를 올리던 메이저리그 3년차의 마크 맥과이어가 앉아있었다.
깁슨은 이후 한번도 더 타석에 서지 못했지만 다저스는 4승 1패로 시리즈를 거머쥐었고 감독 10년만에 처음 월드시리즈에 도전한 라루사 감독은 눈물을 삼켜야했다. 라루사 감독은 이듬해인 198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승 무패로 완파하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섰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16년째 헹가래를 받지 못하고 있다.
1995년을 끝으로 오클랜드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자리를 옮긴 라루사 감독은 21세기 들어 2003년 한해를 빼곤 빠짐없이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렸지만 번번히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묘하게도 해마다 키 플레이어가 막판에 부상으로 쓰러지는 최악의 불운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벌인 디비전시리즈에서 라루사 감독은 맥과이어에게 '제2의 커크 깁슨'을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극심한 발목 통증 때문에 은퇴를 고려중이던 맥과이어가 1차전 3타수 무안타로 전혀 제몫을 못하자 라루사는 2차전 선발 라인업에선 아예 맥과이어를 제외시켰다.
3차전에선 3-5로 뒤지던 9회말 1사 1,2루에서 대타로 맥과이어를 내세웠지만 3루앞 병살타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맥과이어를 병살 처리한 투수는 바로 김병현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맥과이어는 11타수 1안타로 최악의 성적을 냈고 루키이던 앨버트 푸홀스도 1할대로 전혀 기대에 못미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결국 2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해는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승을 차지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LA 다저스와 휴스턴을 연파하고 월드시리즈에까지 올랐지만 보스턴에 4패로 무릎을 꿇었다. 크리스 카펜터가 부상으로 빠진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는 데이빗 오르티스와 매니 라미레스, 자니 데이먼의 신들린 방망이에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15승 5패, 방어율 3.46으로 확실한 에이스로 떠오른 카펜터는 정규시즌 막판 투구 도중 팔 통증을 일으켜 강판된 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한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라루사 감독의 세인트루이스는 올시즌 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선 카펜터를 앞세워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달리며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부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래리 워커와 레지 샌더스,야디어 몰리나가 잇달아 부상으로 이탈한데 이어 스캇 롤렛마저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롤렌은 2002년에도 애리조나와 디비전시리즈 도중 상대 주자와 부딪쳐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결장, 팀이 샌프란시스코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는 걸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몰리나와 워커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차례로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할 예정이지만 또다시 롤렌이 다쳤으니 라루사 감독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승 감독이자 최고의 지장(智將) 라루사 감독(61)이 올해는 막판 부상에 발목 잡히지 않고 두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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