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LG 감독은 지난 20일 잠실 한화전 직전 본부석 뒷 편 임원석에 홀로 앉아 있었다. '감독실에 있지 않고 왜 여기 있느냐'는 질문에 "(한화 타자들이) 하도 잘 친다길래 보고 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 감독의 불길한 '예감'대로 LG는 이날 21안타를 얻어맞고 4-13으로 대패했다. 단일팀의 한경기 21안타는 올시즌 최다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 8월 9일 삼성-한화전에서 삼성이 세운 20안타였다. 이미 LG는 시즌 한경기 최다 안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현대전과 6월 21일 기아전에서 기록한 34안타다. 공교롭게도 난타전 끝에 두 경기 모두 LG가 졌다.
이날 LG 선발이 이승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렇게 '동네북'이 된 것은 일견 의외였다. 그러나 이승호는 1회 시작하자마자 내야안타 2개를 잇따라 맞아 평정심이 흔들렸는지 시작부터 난타당했다. 4⅔이닝을 던지면서 13안타를 맞았다. 조원우에게 맞은 솔로홈런을 포함해 2루타 이상의 장타만 6개로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선발이 대량실점(8실점)하고 무너져 내리니 벤치로선 대책이 없었다. 물 건너간 경기에 불펜투수를 4명이나 쏟아부었으나 어느 한 투수 깔끔하게 던지질 못했다. 부상 이후 복귀전을 치른 장진용은 볼넷을 2개 내주면서 3실점, 회복이 덜 됐음을 보여줬다.
이날 21안타나 맞는 등 '피안타 1위 구단'이란 불명예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LG 마운드가 적극적인 정면승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볼넷(397개)은 꼴찌 기아 다음으로 많고 투구수는 1위다. 가뜩이나 인내심 없는 타선과 맞물리면서 투타가 악영향을 미치는 꼴이다.
LG의 올시즌 캐치 프래이즈는 '파워풀 LG, 다이나믹 LG'였다. '뛰는 야구'의 성공과 세대교체의 진전으로 '역동적인 LG'에선 일정한 성과를 봤으나 빈약한 마운드 탓에 '강한 LG'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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