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9연전'은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광복절 휴일을 끼고 짠 올시즌 두 번째 9연전은 잇단 비로 경기가 내리 취소되면서 팀당 5~8게임을 치르는 것으로 21일 마무리 됐다. 죽음이든 아니든 연전의 희비는 뚜렷이 엇갈렸다. 한화가 비로 취소된 3경기를 뺀 6게임을 모두 쓸어담으며 2위권 SK 두산에 바짝 따라붙은 반면 롯데는 내리 6연패, 4강 진입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고마운 비, 반가운 조성민=한화는 비와 조성민 효과, 그리고 불붙은 방망이를 앞세워 2위권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첫 선을 보인 조성민이 첫 등판에서 행운의 구원승을 따내며 13~15일 현대와 3연전을 싹쓸이한 게 시발점이 됐다. 16일 기아전에서 난타전(13-11 승)을 벌이느라 약한 불펜이 고갈된 상태였지만 비로 내리 사흘을 푹 쉰 뒤 20~21일 LG를 연이틀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13일 현대전에서 승리를 따낸 송진우가 일주일을 푹 쉬고 20일 LG전서 또다시 승리 투수가 되는 등 이래저래 비 덕을 톡톡히 봤다. 운으로만 이긴 건 물론 아니다. 다이나마이트 타선이 6경기에서 홈런 11방 등 83안타를 퍼부으며 무려 56점을 뽑아냈다. 3경기 연속 무실점 투로 불펜에 힘을 보탠 조성민 효과도 덕을 봤다. 한화는 6월초 첫 9연전에서 8승을 쓸어담은데 이어 두 차례 9연전에서 14승 무패로 콧노래를 불렀다. 원망스런 하늘, 비운의 손민한=롯데는 비로 땅을 쳤다. 19일 두산전에서 5회초까지 4-1로 앞섰지만 강우 콜드게임 승을 눈 앞에 두고 아웃카운트 2개가 부족, 강우 노게임이 선언되는 바람에 다 잡았던 게임을 놓쳤다. 이 게 빌미가 돼 결국 6전 전패, 4강 진입의 실낱같은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6월초 9연전에서도 1승 8패하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악몽이 얄궂은 비를 타고 그대로 재현됐다. 대진운도 최악이었다. 14일 삼성전에선 손민한이 배영수와 맞대결했다가 0-1 뼈아픈 패배를 맞봤고 20일 두산전에선 다시 리오스와 손민한을 맞붙이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야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허망하게 무너져내렸다. 아직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손민한의 시즌 20승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함께 사그라진 통한의 9연전이었다. 제자리 지키기, 혹은 끝없는 몰락=전체적으론 예상대로 대반전 없이 4강-4약의 구도가 더욱 굳어진 9연전이었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 속에 9연전을 맞은 삼성은 3승 1무 1패로 무난히 고비를 넘겼고 2위 SK도 두산에 덜미를 잡혀 11연승이 저지되긴 했지만 5승 2패로 여전한 강세를 이어갔다. 두산도 4승1무2패로 나쁘지 않았지만 2위 탈환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2-0의 리드를 실책으로 날리며 결국 연장 무승부에 그친 16일 삼성전이 뼈아팠다. 이날 선발 등판한 박명환이 어깨 통증 악화로 엔트리에서 제외돼 9연전의 뒷맛이 영 개운치 않게됐다. 가장 많은 8게임을 치른 현대는 김재박 감독이 통산 700승을 달성한 지난 17일 LG전을 빼곤 7게임을 내리 패해 창단 이듬해인 1997년에 이어 두번째로 승률 4할대로 시즌을 마칠 위험이 더 커졌다. LG도 마운드가 경기당 7점 가까이 내주며 무너져내려 2승 6패로 주저앉아 되살아난 방망이로 4승1패를 이룬 기아와 다시 탈꼴찌를 다퉈야할 처지가 됐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