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이 0-1로 패하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경질론으로 축구계 안팎이 들끓고 있다. 일부 언론은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3개월간 한국대표팀을 맡아온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이미 확정했고 잉글랜드 출신 명감독과 접촉 중이라고까지 보도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본프레레 감독을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을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것. 히딩크 감독 때는 한국에서 열린다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축구협회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았고 당시에는 벨기에에서 뛰던 설기현과 J리거 박지성 등 외에는 해외파라는 개념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소집이 용이해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있었다. 그나마 히딩크 감독이 좋은 성적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은 한일월드컵 개막 불과 4달 전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대회 6개월 전 열렸던 골드컵에서 미국과 캐나다에 지고 쿠바에 득점없이 비기는 수모까지 당했다. 반면 본프레레 감독은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차두리 등 유럽파를 비롯해 조재진 최태욱 등 J리거를 소집할 여유가 없었고 이 때문에 이들이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맥락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코엘류 감독이 한국을 떠나면서 '시간 타령'까지 하고 갔을까. 이제 월드컵은 불과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한일월드컵과 지금의 상황이 이렇게 다를진대 당시의 생각만 하고 본프레레 감독이 무조건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자신의 색깔조차 없는 것 아니냐며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을 강호로 키운 코엘류 감독 조차 시간 문제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떠났다. 공교롭게도 코엘류 감독 역시 재임기간이 13개월이었다. 본프레레 감독의 지겨운 말 바꾸기나 전술의 부재는 분명 문제가 있다. 또한 허정무 전 수석코치가 사임, 공석이 되면서부터 대표팀이 삐걱거렸다는 지적을 감안한다면 일단 '명망있는' 감독을 모셔오기 이전에 본프레레 감독의 독선을 견제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능력있는' 수석코치를 앉히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박상현 기자 tankpark@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