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최강 2번'으로 거듭날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22 17: 05

역시 정답은 2번 타자인가. 최희섭(26.LA 다저스)이 후반기 들어 처음으로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지난 21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3타수 3안타 3득점에 희생 플라이 등으로 2타점까지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1회 2루 도루에 실패하긴 했지만 3득점을 모두 동점이나 역전 득점으로 장식하면서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100퍼센트 수행해냈다. 최희섭이 커나갈 길이 2번 타자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도 있다. 최희섭이 올시즌 다른 타순보다 2번 타순에서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LA 다저스의 그 어떤 타자들보다 2번 타순에서 뛰어난 타격 솜씨를 보이고 있다는 두 가지다. '대형 타자'라는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머쓱해질 만큼 올 시즌 2번 타순에서 최희섭의 타격 성적은 뛰어나다. 117타수 40안타로 타율 3할4푼2리에 볼넷을 9개 고르는 등 사사구 12개로 출루율은 꼭 4할이다. 홈런도 14개 중 13개를 2번 타순에서 때려 장타율은 무려 7할5푼2리로 누가 봐도 흠잡을 데가 없다. 반면 3~5번 클린업 출장시 29타수 3안타(.103), 7~9번 하위 타순에서도 1할대 빈타에 허덕이는 등 최희섭은 2번이 아닌 다른 타순에선 1할9푼3리로 뚜렷한 부적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희섭을 제외한 다저스 타자들의 2번 타순 성적은 형편 없다. 후반기 들어 짐 트레이시 감독이 붙박이 2번으로 애용하고 있는 오스카 로블레스가 대표적이다. 2번 타자로 나서 82타수 19안타로 타율 2할3푼2리에 가장 중요한 출루율도 채 3할이 안 된다. 도루도 6번 시도했다 6번 모두 실패해 테이블 세터 노릇을 전혀 못해주고 있다. 세사르 이스투리스의 부상으로 메이저리그에 오른 뒤 돌풍을 일으키던 로블레스가 주춤하기 시작한 건 트레이시 감독이 최희섭 대신 그를 2번 타순에 기용하면서부터다. 로블레스는 이스투리스 대신 1번(타율 .306,출루율 .382)으로 나서거나 9번(타율.286, 출루율 .474)에서 상위 타선으로 연결 고리 노릇을 할 때 확연히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상대 선발 투수가 왼손일 때 '플래툰 2번'으로 등장하는 제이슨 렙코(타율 .210)나 제이슨 워스(.179)도 2번 노릇을 제대로 못하긴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최희섭에게 붙박이 2번을 맡겼던 트레이시 감독이 마음을 바꾼 데는 계기가 있었다. 스위치 히터인 이스투리스가 7월초 부상으로 빠지면서 좌타자인 로블레스를 톱타자로 올린 뒤 트레이시 감독은 같은 왼손타자인 최희섭과 1~2번으로 짝을 지우기 보단 렙코나 워스, 안토니오 페레스 같은 오른손잡이로 뒤를 받치는 쪽을 선택했다. 감독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었지만 이스투리스가 복귀한 뒤로도 트레이시는 고집스레 로블레스를 2번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희섭의 타격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게 빌미가 됐지만 최희섭이 21일 말린스전에서 3안타 3득점을 했는데도 22일 경기에 최희섭을 빼고 로블레스를 2번으로 내세운 건 고집치곤 대단한 고집이다. 로블레스는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최희섭은 8회 대타로 나와 좌전안타를 날렸다. 최희섭이 2번 타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는 여러가지 외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또 번트와 진루타 등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최희섭은 전형적인 2번 타자가 아닐 수도 있다. 팀의 미래나 최희섭의 장래를 위해선 최희섭보다 로블레스가 2번을 치는 게 장기적으로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저스는 마이너리그 팀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팀이다. 선수 개개인의 적성, 진로보다 무조건 당장 팀이 이기기 위한 길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최희섭이 2번이 아닌 다른 타순에서 자리를 잡았다면 몰라도 아까운 선수를 죽이고 팀도 망가지면서까지 현실을 외면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최희섭을 위해서나 다저스를 위해서나 최희섭에게 최선의 선택은 2번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 다저스 타자 올 시즌 2번 타순 성적 최희섭 : 117타수 40안타 25득점 28타점 0도루 타율 .342 / 출루율 .400 렙코 : 124타수 26안타 25득점 12타점 3도루 타율 .210 / 출루율 .274 로블레스 : 82타수 19안타 11득점 5타점 0도루 타율 .232 / 출루율 .289 페레스 : 60타수 18안타 9득점 3타점 3도루 타율 .300 / 출루율 .373 이스투리스:42타수 9안타 2득점 2타점 2도루 타율 .214 / 출루율 .233 워스 : 39타수 7안타 5득점 2타점 1도루 타율 .179 / 출루율 .231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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