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올 시즌 공인된 꼴찌다. 팀 방어율 5.55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최하위에 타선은 122경기에서 513득점(경기당 평균 4.20)으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 워싱턴 내셔널스(491득점)에 이어 전체 29위로 투타 모두 바닥을 기고 있다.
호세 리마-루넬비스 에르난데스-잭 그레인키의 선발 마운드가 벌써 37패(15승)로 무너져 내린 데다 3할 타자도 20홈런 타자도 한 명 없는 타선도 캔자스시티가 최근 19연패를 당하며 메이저리그 최저 승률팀으로 주저앉은 데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승률이 고작 3할2푼8리인 캔자스시티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110패를 넘어 1969년 팀 창단 후 최다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00패, 지난해 104패에 이어 4년새 3번째 세 자릿수 패배가 유력한 캔자스시티는 최근 10년간 2003년을 빼곤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지 못하며 메이저리그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캔자스시티에도 희망이 있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자니 데이먼(32.보스턴)과 카를로스 벨트란(28.뉴욕 메츠) 저메인 다이(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나란히 외야 주전으로 활약하던 90년대말과 2000년대초 캔자스시티는 마운드는 빈약했을지언정 방망이 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특히 1999년은 이들 트리오가 가장 빛난 한 해였다. 9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벨트란이 타율 2할9푼3리에 22홈런 108타점으로 활짝 꽃을 피우면서 다이(타율 .293,119타점)-데이먼(타율 .307, 77타점 102득점)과 함께 메이저리그 최강의 '외야 클린업'을 이뤘다.
그해 캔자스시티는 부실한 마운드 탓에 지구 4위에 그쳤지만 데이먼-벨트란-다이 트리오의 활약은 전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았다. 1999년 셋이 합작한 304타점은 버니 윌리엄스, 폴 오닐 등이 포진한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뉴욕 양키스, 매니 라미레스-데이빗 저스티스-케니 로프턴의 클리블랜드 등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30개팀을 통틀어 주전 외야수 3명의 최다 타점 합작을 기록했다.
이들 셋이 차례로 캔자스시티를 떠나게 된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FA를 한 시즌 남겨둔 2001년 초 데이먼이 3각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떠났고 다이도 그 해 7월말 콜로라도가 다리를 놓는 연쇄 트레이드로 오클랜드에 합류했다. 홀로 남아있던 벨트란도 지난해 7월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옮겼다 올해초 7년간 1억190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리며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셋 다 FA가 임박하거나 갈수록 올라가는 연봉을 견디지 못해 캔자스시티가 비용 절감을 위해 털어낸 케이스다.
데이먼이 지난해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세우고 벨트란이 화려하게 뉴욕에 입성하는 등 캔자스시티를 떠난 세 명 모두 갈수록 주가를 올리며 올 시즌은 모두 지구 1위팀이나 와일드카드 경쟁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이들을 떠나보내며 몰락에 스스로 부채질을 한 캔자스시티는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스몰마켓 팀이 값 비싼 선수를 언제까지 품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데이먼과 다이,벨트란을 내준 대가로 캔자스시티가 받은 선수들이 거의 제 몫을 해주지 못한 것이 팀의 몰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데이먼을 내주고 받은 3명 중 앙헬 베로아가 2003년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그 뒤로 내리막이고 로베르토 에르난데스가 두 시즌 마무리 투수를 맡다 떠난 게 전부다. 다이를 내주고 받은 네이피 페레스는 탈 쿠어스필드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2년만에 웨이버로 방출됐고 벨트란을 떠나보내며 받은 존 벅과 마이크 우드도 아직은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트레이드에서 제대로 된 유망주를 건질 만한 안목이 없는 캔자스시티는 팜 시스템도 부실하기 그지없어 당분간 '만년 낙제생'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데이먼과 벨트란, 다이의 추억은 캔자스시티 팬들에게 당분간 아픈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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