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30분에 시작된 경기가 18분만인 6시48분에 승부가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맞붙은 두 팀이 삼성과 LG라는 걸 알았어야 했다.
2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LG-삼성의 시즌 14차전에서 삼성이 5점을 얻고 8점을 내리 내준 뒤 다시 4점을 따는 보기 드문 재역전승을 거뒀다. 두 팀 타자들의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칭찬하기엔 양팀 합쳐 실책 5개를 범한 경기 내용이 형편 없었다.
출발은 삼성이 완벽했다. 선발 전병호가 1회초 공 8개로 LG 타자들을 삼자범퇴한 뒤 1회말 순식간에 5점을 뽑았다. 톱타자로 나선 조동찬의 솔로홈런을 신호탄으로 박종호 심정수의 볼넷으로 1사 1,2루에서 진갑용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곤 박진만이 곧바로 LG 선발 왈론드를 스리런 홈런으로 두들겼다. 경기 시작 불과 18분만에 5-0.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는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LG가 내리 8점을 뽑아 4회에 8-5로 뒤집었다. LG의 득점 뒤엔 어김없이 삼성의 실책이 있었다. 2회 3루수 조동찬의 송구 에러에 힘입어 한점을 따라붙은 LG는 4회 타자일순하며 5안타로 7득점했다. 선두타자 클리어가 홈런을 날린 뒤 1사 1루에서 정의윤 이종렬 김정민의 3연속 안타가 터져나와 5-4로 따라붙었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한규식이 3루쪽으로 댄 번트 타구를 전병호가 1루에 악송구, 동점을 허용하더니 이병규에게 오른쪽 폴 옆에 꽂히는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대구구장엔 LG가 0-6으로 뒤지다 12-6로 뒤집은 지난 5월 27일 양팀간 경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하지만 승부는 끝이 아니었다. 불펜에 힘이 있는 삼성이 바로 전병호를 강판한 반면 LG는 왈론드로 밀고가다 다시 덜미를 잡혔다. 역시 실책이 빌미가 됐다. 4회 안타를 치고나간 박진만이 포수 김정민의 견제 악송구로 3루까지 내달린 뒤 박한이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이어 5회말 박종호의 솔로포로 한점을 더 따라붙은 삼성은 2사후 안타 2개와 볼넷 두개로 3득점, 기어코 다시 뒤집었다. 진갑용이 중전안타, 박진만과 김종훈이 연속 볼넷을 골라 2사 만루에서 박정환의 타구가 2루 베이스를 맞고 뒤로 튀면서 9-8로 뒤집는 재역전 2타점 적시타가 됐다.
LG로선 앞선 5회초 공격에서 멀찌감치 달아날 기회를 스퀴즈 실패로 날린 게 뼈아팠다. 5회초 볼넷 2개와 유격수 박진만의 실책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김정민이 초구에 번트를 댄 게 떠 달려오는 투수 안지만의 글러브에 빨려들었고 이미 거의 홈으로 다 들어온 3루 주자까지 더블아웃됐다. LG 벤치는 8회에도 볼넷을 골라나간 대타 이대형에게 2루 도루에 이어 3루 도루를 주문하는 과감한 작전을 펼쳤지만 아웃돼 허사에 그쳤다.
4회 전병호를 구원, 7회 1사까지 11타자를 무안타로 막은 안지만이 3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째(3패)를 따냈다. 강영식-박석진에 이어 9회 마무리 오승환으로 이어진 삼성 불펜은 5⅔이닝을 단 1피안타 무실점을 합작하는 선발급 활약으로 재역전극을 이끌어냈다. LG 선발 왈론드는 8연패(2승)에 빠졌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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