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위와도 5게임차 아닙니까". 지난 24일 두산전에 앞서 잠실구장에서 만난 기아 이종범(35)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고 최하위로 추락한 팀의 상황을 한탄하면서도 절망적인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이종범은 "7위(LG)와도 1.5게임차지만 5위 롯데와도 5게임차"라며 "남은 게임이 아직 많은 만큼 따라붙을 기회는 있다"며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전신인 해태 시절 포함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의 위기에 몰린 기아지만 이종범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이종범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뛸 때 머리에 구멍도 나고(원형 탈모) 워낙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작년에 비해 전력이 크게 약해진 것도 없는데 시즌 초반 리드하다 후반에 뒤집힌 경기가 너무 많았다. 젊은 선수들이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범의 말처럼 아직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지도 모른다. 이날 두산전까지 기아는 104경기를 치러 한화(102게임) 다음으로 적은 게임수를 소화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건너간 지 오래지만 비로 연기돼 9월로 넘어간 경기가 17게임이나 돼 '가을에 하는 야구'로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다소나마 수습할 기회가 남아있다. 최근 투타 모두 모처럼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주 끝난 '죽음의 9연전'에서 4승 2패의 수확을 거둔 기아이기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종범의 말은 더욱 유효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헤쳐나가야 할 앞 길은 험난하다. 기아는 이종범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이날 두산전에서 7회 강우 콜드게임으로 0-2로 패하며 승률이 다시 3할대로 내려앉았다. 원정 7연패이자 잠실구장 5연패였고 이날 다른 경기들이 모두 우천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경기 전 이종범의 말과 달리 5~7위와의 승차는 반 게임씩 더 벌어졌다. 해마다 가을이면 잠실벌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던 호랑이의 포효를 언제쯤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잠실=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