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투지의 151km, '이래도 선발 탈락이냐'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8.25 13: 39

'못 던지고도 이긴다'.
'볼 컨트롤도 안 되고 감정 컨트롤도 안 된다'.
25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전에 선발 등판한 샌디에이고 박찬호(32)를 설명하면서 현지 방송이 인용한 내용이다. 그럴만도 한 게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로 옮긴 뒤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을 거두긴 했으나 방어율은 무려 8.38이었다. 방송 캐스터도 박찬호를 언급하면서 텍사스 시절은 '완전한 재앙이었다. 다저스 시절의 직구 스피드가 안 나온다'고 혹평했다.
실제 1회 유격수 대미안 잭슨의 에러와 곧이어 상대 3번 랜스 버크먼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줄 때만 해도 비판을 비켜가지 못할 듯 보였다. 그러나 이후 박찬호가 위기 상황에서 펼친 투구는 빅리그 그 어떤 특급투수 못잖은 관록이 묻어났다.
박찬호는 이날 2회를 제외하곤 5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으나 대량실점은 피해갔다. 3회 1사 1루, 4회 1사 1,2루 그리고 5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3회는 크레이그 비지오를 병살로 유도했고, 4회는 자신의 야수 선택으로 1,2루 찬스를 만들어 줬음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 여기서 박찬호는 상대 6번 크리스 버크를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91마일짜리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한 다음, 바로 81마일짜리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이어 애덤 애버렛을 상대로 우익수 플라이를 잡아낼 때의 2구째 직구는 최고구속인 94마일(151km)을 찍었다.
박찬호의 94마일 투구는 5회 2사 후 휴스턴 5번 제이슨 래인을 삼진 잡을 때 한번 더 나왔다. 이날 마지막 70구째 공이었다. 박찬호는 2사 1,2루에서 버크먼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주고, 다음 엔스버그를 상대하면서 풀 카운트에서 회심의 93마일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를 뿌렸으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2사 만루 역전 위기로 몰리는 상황이었고 브루스 보치 감독 등 벤치는 안절부절을 못했다.
어쩌면 이 한 타자 승부로 이날 경기 승패는 물론 선발 잔류 여부까지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박찬호는 승부구로 포심을 택했다. 92-93마일짜리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다음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결정구는 94마일짜리 바깥쪽 직구였다. 여기에 래인은 꼼짝 못하고 삼진을 당했고 박찬호는 주목을 불끈 쥐고 힘차게 표효를 했다. 전성기 다저스 시절과 다름없는 스피드와 자신감을 연상시키는 삼진과 위기돌파 능력이었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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