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승은 또다시 아쉽게 놓쳤지만 수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25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김병현(26.콜로라도)은 안타 3개와 볼넷 5개를 내주는 썩 괜찮은 내용으로 2003년 선발 투수로 전환한 뒤 가장 긴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볼넷 5개가 옥의 티긴 했지만 대부분 주자가 없는 가운데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적극적인 코너워크를 한 결과로 경기 흐름상 '쓸 데 없는 볼넷 남발'은 아니었다.
호투의 으뜸 비결은 5~6개의 구질 모두 낮게 컨트롤한 제구력이지만 득점권 타율이 전날까지 3할7푼6리로 내셔널리그 전체 1위를 기록중인 제프 켄트(37)를 완벽하게 제압한 것도 무실점의 원동력이 됐다.
7회 마운드를 물러나기 전까지 김병현은 켄트를 세 차례 상대했고 그 중 두번은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1회엔 2사 1루로 득점권은 아니었지만 2-2에서 5구만에 몸쪽으로 솟구치는 멋진 라이징 패스트볼로 포수 파울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4회 얕은 좌익수 플라이로 다시 켄트를 잡아낸 김병현은 6회 리키 레데에게 2루타를 맞아 1사 2루에서 켄트와 제대로 맞닥뜨렸다. 초구 특유의 쫙 깔리는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김병현은 88마일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다시 78마일 슬라이더로 켄트를 헛스윙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투심과 싱커도 잘 들었지만 원조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켄트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어버렸다.
켄트는 지난 7월 5일 쿠어스필드 경기에서 김병현이 등을 맞추자 방망이를 치켜들고 고함을 질러 두팀 선수들이 모두 쏟아져 나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빚었던 구원(舊怨)이 있다. 지난 7월부터 단 1승도 없이 6연패를 기록 중이던 다저스 선발 D.J.홀튼에게 단 3안타로 묶인 팀 타선 때문에 승리와 인연은 맺지 못했지만 내셔널리그 최고 클러치 히터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인 건 통쾌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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