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가 깬 건 밤비노의 저주만이 아니다. 선발 투수진에 왼손 투수 한 명 없는 '전원 우완 로테이션'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메이저리그가 현재의 3개 지구+와일드카드 체제로 바뀐 1995년 이래 보스턴이 처음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커트 실링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와 매니 라미레스-데이빗 오르티스-제이슨 베리텍의 최강 타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 시즌 지구 1위나 와일드카드 선두를 다투고 있는 팀 중 왼손 선발 요원이 없는 팀은 샌디에이고와 필라델피아뿐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역시 전원 오른손 선발로 보스턴 강타선과 맞붙었다 오르티스 등 좌타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던 세인트루이스는 마크 멀더를 얻었고 뉴욕 양키스는 랜디 존슨, 보스턴은 데이빗 웰스를 영입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엔 마크 벌리, 오클랜드엔 배리 지토가 있고 호안 산타나(미네소타) C.C. 사바티아(클리블랜드) 호라시오 라미레스(애틀랜타) 앤디 페티트(휴스턴) 등 팀마다 좌완 선발을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박찬호가 속한 샌디에이고는 애덤 이튼이 27일(한국시간) 가세해 일시 6선발 체제가 됐지만 제이크 피비부터 이튼, 페드로 아스타스오, 브라이언 로렌스, 우디 윌리엄스, 박찬호까지 6명 모두 오른손잡이다. 랜디 울프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필라델피아도 존 리버-브렛 마이어스-비센테 파디야-코리 라이들-로빈슨 테헤다 등 로테이션이 우완 투수 일색이다.
전원 우완이라고 무턱대고 얕봐선 곤란하다. 샌디에이고 에이스 제이크 피비는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5리로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 2할1푼6리보다 오히려 낮다. 애덤 이튼도 좌타자(.273)-우타자(.272)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시즌 피홈런 9개 중 8개를 왼손 타자에게 내주며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박찬호(좌타자 .315-우타자 .282)가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필라델피아는 마이어스(좌 .225-우 .245) 라이들(좌 .282-우 .291)이 선전하고 있는 반면 리버가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무려 3할1푼4리(우타자 상대 .248)인 데다 파디야 (좌. 299-.214)도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빌리 와그너와 애런 풀츠, 릴 코미어 등 강력한 왼손 불펜 트리오가 경기 후반 상대 좌타라인을 봉쇄하면서 필라델피아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팀 방어율 내셔널리그 5위(3.74)로 와일드카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샌디에이고와 필라델피아가 한쪽 날개만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고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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