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잡아야겠다. 우리가 지난해 그 두 팀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올 시즌 들어가기 전 양상문 롯데 감독이 단단히 작심한 듯 주위에 털어놓은 각오다. 학구적이고 신사적인 양 감독 입에서 이런 '독한' 말이 나올 만큼 작년 롯데는 이 두 팀과의 승부를 망쳐서 4년 연속 최하위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 감독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삼성에 2승 1무 16패로 처절하게 당했고 LG를 상대로도 4승 13패 2무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래서일까. 올해 롯데는 LG를 상대로는 제대로 '복수'를 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승 7패로 전적도 우위에 있고 특히 롯데 팬들이 지금도 '5.26 대첩'이라 부르는 잠실 LG전에선 0-8 열세를 13-11로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도 '삼성 콤플렉스'는 살아있다. 개막 2연전부터 전부 패하는 등 4승 11패로 열세에 놓인 데다 운까지 따르지 않는다. 특히 롯데가 4강 진입에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8월 12~14일 대구 3연전은 '삼성 징크스'의 절정을 보여줬다. 12일 첫 경기는 3회까지 1-0으로 앞서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무효가 됐다. 물론 1점차 리드에 불과했으나 선발 주형광이 2회까지 6타자를 전부 범타처리했고 3회에도 2사 2루의 추가 득점 찬스가 펼쳐진 상황에서 비가 내렸으니 양 감독으로선 허탈할 노릇이었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자 악운은 거듭됐다. 13일엔 2-3으로 뒤지다 8회 펠로우의 홈런을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사 1루에서 8번 최기문이 우중간 2루타를 쳤으나 주자 박현승이 홈으로 쇄도하다 횡사했다. 결국 롯데는 연장 10회말 투아웃 2사 1루에서 김종훈에게 중견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빗맞은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졌다. 하필 풀카운트라 1루주자 박한이의 스타트가 빨랐고 인조잔디의 특성상 바운드가 컸기에 그대로 결승타가 되버린 것이다. 그리고 14일엔 에이스 손민한이 배영수와 맞대결해 0-1로 완투패하면서 롯데의 4강꿈은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이런 롯데가 삼성과 이번 주초 대구에서 마지막 3연전을 갖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삼성에는 행운이 찾아왔다. 등판 순서대로라면 당연히 1경기를 책임져야 할 손민한이 피로 누적으로 2군에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롯데로선 올 시즌 끝나는 마당에서까지 삼성한테 1경기 이겨보기가 쉽지 않게 된 셈이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지난 6월 2일 대구 구장 9연패서 탈출하고 좋아하는 롯데 선수들.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