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1년 선배 서재응(28.뉴욕 메츠) 만큼은 아니지만 김병현(26.콜로라도)의 8월도 썩 괜찮았다.
30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서 시즌 4승째를 거두며 8월 등판을 마친 김병현의 월간 성적은 겉으로 보기엔 볼품이 없다. 6차례 선발 등판에서 2승 2패, 방어율 3.86은 메이저리그에서 내놓고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6차례 선발 등판 중 4차례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이고 그 중 이날 샌프란시스코전 포함 3경기가 7이닝 투구, 지난 25일 LA 다저스전은 6⅔이닝 투구였다. 똑같은 퀄리티스타트라도 6이닝 투구와 7이닝 투구는 천지차이다. 선발 투수가 7회까지 막아주면 벤치는 8,9회를 핵심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로 쉽게 헤쳐나갈 수 있고 그 영향은 당장 그 경기뿐 아니라 이후로도 길게 미친다.
선발 투수로 롱런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투구수 조절에 거듭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6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최소한 5회를 넘긴 가운데 경기당 평균 투구수 99.3개로 7이닝을 던지고도 108개가 최대 투구수였다. 이닝당 투구수 15.70개는 아직 조금 많지만 타자당 투구수는 3.73개로 완전히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
3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도 김병현은 대부분 이닝을 12~13개 선에서 요리하는 투구수 조절 능력을 보여줬다. 앞선 두 타석에서 내리 안타 홈런을 맞은 모이세스 알루를 6회 상대하면서 초구에 승부를 거는 적극성(알루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초구에 배트를 잘 내기로 유명한 타자다), 7회 1사 2루에서 마이크 매서니를 상대로 거푸 90마일 직구를 던져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 등은 선발 투수로서 김병현이 머릿속에 품은 생각과 행동(투구)이 차츰 일치해가고 있다는 바람직스런 증거다. 이닝당 투구수, 타자당 투구수가 줄어들면서 떨어지는 방어율로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김병현에겐 길고도 불운했던 2005시즌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갈수록 희망은 커지고 있다.
■김병현 올 시즌 월별 이닝당 투구수, 타자당 투구수
▲4월=이닝당 18.90개 / 타자당 3.78개 / 방어율 9.00
▲5월=이닝당 19.08개 / 타자당 3.91개 / 방어율 6.11
▲6월=이닝당 17.97개 / 타자당 3.83개 / 방어율 4.97
▲7월=이닝당 16.87개 / 타자당 3.94개 / 방어율 3.95
▲8월=이닝당 15.70개 / 타자당 3.73개 / 방어율 3.86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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