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롯데전은 선동렬 삼성 감독의 '컬러'가 확연히 드러난 경기였다. 일단 상대 선발이 좌완투수인 주형광인 점을 겨냥해 타순 라인업을 우타자로 깔았다. 양준혁 박한이 강동우 등 주력타자가 '좌타자'란 이유만으로 벤치에 앉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빠진 수비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조동찬이 좌익수, 김종훈이 중견수로 들어갔다. 양준혁 대신에는 박정환이 지명타자로 나왔다. 또 투수 기용에 있어서는 롯데 용병 좌타자 라이온 타석 때 경기 후반 두 차례 왼손 투수를 원 포인트 릴리프로 등판시켰다. 여기다 이날 선 감독은 3차례에 걸쳐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이날 4차례 선두타자가 출루했을 때 이 중 1회말을 비롯해 3번 번트를 시도한 셈이다. 그리고 3-1로 앞서던 경기 중반부터는 수비 포메이션에 상당한 변화를 가했다. 이런 포석은 선 감독이 시즌 전부터 주창해 온 '지키는 야구'로 수렴된다. 지키는 야구는 수비 야구와 비슷한 맥락이다. 점수를 덜 뽑아도 더 조금만 내줘서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타자들은 초반부터 희생번트를 댄다. 그리고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조동찬이나 김재걸, 김한수 같은 야수들이 중용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삼성이 뽑은 5점은 전부 홈런 3방으로만 났다. 그리고 마무리 오승환은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겨 김한수의 9회말 끝내기 홈런이 가능하게 했다.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도 장타력이나 믿을 만한 마무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효력을 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김영준 기자 sgo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