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28.뉴욕 메츠)이 이달 초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뒤 5차례 선발 등판에서 따낸 5승은 와일드카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메츠에 모두 값지기 이를 데 없는 승리였다. 31일(한국시간) 와일드카드 선두 필라델피아와 대결은 서재응이 팀을 구한 영웅으로까지 떠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아쉽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6경기 연속 승리를 마감했지만 패전을 면하고 팀도 역전승한 이날 경기는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선은 심판들의 잇단 후한 판정이다. 4회 무사 1,2루에서 마이크 리버설의 2루앞 땅볼은 아웃 판정이 났지만 세이프에 가까웠고 5회 무사 2루에서 체이스 어틀리의 중전안타 때 홈을 파고든 2루 주자 케니 로프턴의 아웃 판정도 애매했다.
홈경기의 이점이지만 마운드에 서있는 서재응이 생짜 무명 투수였다면 나오기 힘든 호의적인 판정이었다. 최고 투수 그렉 매덕스를 꺾는 등 5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며 8월의 최고 투수 후보로 떠오른 서재응의 존재를 심판들도 또렷히 인식하고 있는데 따른 무의식적인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두 판정이 세이프로 엇갈렸다면 서재응은 무더기 추가 실점의 참사를 빚을 수도 있었다.
8월 대활약이 호의적인 판정을 이끌어냈다면 그 대가도 톡톡히 치러야했다. 필라델피아 타자들은 1회초 톱타자 지미 롤린스부터 서재응을 찰거머리처럼 물고 늘어졌다. 서재응이 빠른공-스플리터-빠른 공-스플리터로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이어가자 스플리터를 걷어내고 직구를 공략하며 11구까지 서재응을 괴롭혔다.
이어 케니 로프턴과 팻 버렐도 서재응의 직구를 노려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필라델피아가 플로리다와 휴스턴 메츠 등 3개팀과 치열한 와일드카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이기도 하지만 '8월의 투수' 후보로 꼽힐 만큼 두각을 나타낸 서재응을 열심히 연구하고 경기에 나섰다는 증거다.
4~5개의 구질을 구사하는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한두개씩 차례로 구위를 점검하고 차츰 레퍼토리를 늘려가는건 정상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서재응이 던지는 스플리터의 '악명'을 익히 들은 필라델피아 타자들은 서재응이 차분히 경기를 풀어가도록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에 서재응-라몬 카스트로 배터리는 2회부터 곧바로 스플리터를 줄이고 슬라이더와 커터로 볼배합을 바꾸며 대응했다. 빠른 공도 낮게 깔리는 '서재응표' 직구 일변도에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높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등 로케이션에 변화를 줬다. 결과적으로 모두 먹혀들었지만 아쉽게도 이미 상처를 입을 만큼 입은 뒤였다.
이날 중계를 맡은 현지 해설팀은 1회초 서재응이 마운드에 오르자 "이제 한 바퀴를 돌았다"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졌다. 메이저리그 복귀가 한 달째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커터와 스플리터로 새롭게 무장한 서재응에 낯설어 하던 상대 팀들이 조금씩 그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감은 잃지말되 필라델피아전 실패를 교훈 삼아 또 한 번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할 시점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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