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택과 집중' 돋보였다.
OSEN U05000176 기자
발행 2005.09.01 07: 20

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도 박찬호는 투구수를 썩 잘 조절한 편이 아니었다. 1,2회 연속 14개의 공을 던진 뒤 3회는 24개, 4회와 5회도 17개와 18개로 '적정 투구수'를 조금씩 넘겼다. 7회 무사 1루에서 강판할 때까지 101개는 적지 않은 투구수다.
시작부터 좋은 흐름을 타고도 완봉이나 완투 경기를 펼치지 못한 건 아쉽지만 박찬호는 꼭 필요한 상황에선 투구수를 아끼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해내는 '선택과 집중'을 보여줬다. 주자를 내보내 실점 위기에 몰렸을 때 투수는 더욱 까다로운 공으로 승부를 걸기 마련이다. 그러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에게 걸리면 투구수만 늘고 더욱더 궁지에 몰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박찬호는 적극적인 승부-정면 돌파를 택했다.
3회 투수 하비에르 바스케스에게 안타를 맞은 뒤 크레이그 카운셀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가 첫 고비였다. 2번 채드 트레이시를 잡지 못하면 애리조나 클린업 트리오와 맞닥뜨리게 돼 대량 실점 위기다. 박찬호는 바로 싸움을 걸었다. 초구 81마일짜리 변화구를 바깥쪽에 꽂아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도 91마일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유인구 없이 3구째 곧바로 83마일짜리 체인지업을 스트라이크존에 넣었고 트레이시를 얕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4회 무사 1,2루의 절대 위기에서도 박찬호의 마음은 3회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트로이 글로스에게 두개 연속 변화구를 던져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박찬호는 3구째 곧바로 92마일 빠른 공을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꽉차게 꽂아 선 채로 3구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숀 그린을 삼진, 로이스 클레이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건 글로스를 멋지게 잡아낸 기세의 연장이었다.
적극적인 승부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투수가 3구 삼진 자체를 욕심내는 건 이리저리 피해가다 스스로 무너지는 것만큼 위험한 노릇이다. 하지만 박찬호의 머릿속엔 삼진이나 완투에 대한 욕심보다 불과 69개를 던지고도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공을 건네줘야 했던 지난달 25일 휴스턴전이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빠른 승부는 박찬호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고 선택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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