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7년 공든 탑' 완성할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9.02 13: 32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어요. 길거리에서 파는 고무줄 달린 테니스 공 아시죠? 그거처럼 던졌다가 다시 쭉 잡아당기는 느낌이에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지난 2001년 봄 어느 날 김병현(26.콜로라도)은 신기한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어린애마냥 기뻐했다. 혼자서 몇 달째 연습해 온 체인지업이 감이 오기 시작했다며 "(왼쪽 타자) 가운데로 들어가다 줄로 잡아당긴 것 처럼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진다"고 희색이 만면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01년이라면 언제인가. 맷 맨타이를 제치고 애리조나의 주전 마무리를 굳히곤 승승장구하던 때다. 빠른 공은 간간히 93마일(150km)을 찍을 만큼 위력적이었고 프리스비 슬라이더와 치솟아오르는 업슛에 타자들이 춤을 추던 시절이다. 더 뭐를 보태지 않아도 충분했지만 김병현은 고집스레 새 구질에 매달렸다. 경기 전 뱅크원 볼파크에서 동료들이 달리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동안 혼자서 펜스에 대고 수십 개씩을 던져댔다. 투구폼을 가다듬는 것 외에 새 구질 체인지업과 싱커 연마를 위해서였다.
김병현이 새 구질에 매달린 건 그의 목표 때문이다. 김병현은 1999년 메이저리그에 입단하면서 "선발 투수가 되는 것과 올스타 게임 출장, 그리고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것 세가지 목표를 세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세가지 목표 중 가장 힘든 것(월드시리즈 등판)을 제일 먼저 이룬 그지만 제1의 꿈인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에 지독히도 고집스럽게 매달려왔다.
체인지업과 싱커는 김병현에게 스피드 감소라는 값비싼 대가를 요구했는지 모른다. 94마일(151km)에 육박하던 김병현의 구속은 보스턴 이적 후 발목 부상과 어깨 통증까지 겹치며 80마일대 중반까지 떨어졌고 콜로라도로 와서도 90마일(145km)을 넘지 못했다. 자동차 엔진처럼 사람의 근육도 변화구에 익숙해지면 빠른 공을 던질 때 필요한 '최대 출력'을 내기 힘들다는 투수 전문가들의 이론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 후반기 들어 잃었던 스피드를 되찾은 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서 김병현은 최고 92마일(148km)을 찍었고 마지막 7회에도 90마일대 빠른 공을 여러 차례 뿌렸다. 빠른 공이 살아나면서 슬라이더와 커브도 더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선발 투수의 꿈을 위해 4년을 갈고 닦아온 체인지업과 싱커도 순간순간 빛을 발하고 있다.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하던 빠른 공과 변화구가 이제는 자리를 굳히고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발 투수로서 성공은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주전 마무리로 자리를 굳힌 2001년부터, 아니 1999년 처음 미국 땅을 밟을 때부터 7년째 쌓아온 탑이다. 한때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지만 끈덕지게 돌을 쌓아올려 어느 새 완성이 눈 앞에 보이는 단계까지 왔다.
김병현의 '파란만장 메이저리그 정복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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