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라소다 양아버지, 재기한 저를 봐주세요’
OSEN U05000293 기자
발행 2005.09.11 08: 43

4년여만에 마운드를 밟아본다. 하지만 그 때의 친구들은 단 한 명밖에 없다.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반갑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2일 오전 5시 10분(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시즌 13승에 재도전한다. 다저스 구단과 다저 스타디움은 박찬호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94년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탄생했던 곳이고 6년간 빅리그 생활을 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낸 곳이기 때문이다.
마치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다저스이지만 이번에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개인적인 승리를 위해 '적'으로 만나게 됐다. 2001년 9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등판한 후 4년만에 처음으로 다저 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르는 박찬호는 남다른 감회를 피력했다.
박찬호는 11일 샌디에이고 구단 공식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내가 빅리거로 태어났고 절정기를 보낸 곳이다. 피터 오말리 구단주, 토미 라소다 전감독 등 나를 아껴주고 키워준 분들이 있는 곳이고 한국밖 해외에 있는 한인사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코리아타운이 있는 등 푸근한 마음이 들게 하는 곳이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부상중인 마무리 투수 에릭 가니에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아는 선수가 없다. 완전히 다른 팀을 상대하는 느낌이어서 친정팀 다저스와 대결한다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박찬호 말대로 이제 다저스 구단에는 예전에 함께 했던 식구들이 가니에와 라소다 전감독(현 다저스 구단주 특별자문역)을 제외하고는 안면이 있는 동료나 관계자가 없다. 자신을 스카우트했던 피터 오말리 구단주는 이미 오래전에 구단을 매각해 팀을 떠났다. 박찬호는 가니에와는 지난 10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다저 스타디움에서 통산 106게임에 등판해 42승 24패, 방어율 2.98로 어느 곳보다도 높은 승률과 방어율을 기록했던 박찬호는 이번 방문에서 자신을 키워준 은인인 라소다 전감독에게 지난 3년간의 부상에 따른 부진에서 탈출했다는 것을 보여줄 태세이다. 라소다 감독은 94년 한국에서 갓 건너온 '햇병아리'인 박찬호의 양아버지임을 자임하면서 박찬호가 훌륭한 빅리그 특급 선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밀어준 은인이었다. 다저스 시절 라소다 감독은 틈만나면 '내 아들 찬호는 특급 선수가 될 것'이라며 자랑했고 실제로 그대로 성장했다.
라소다 감독은 박찬호가 2001년 겨울 프리 에이전트 계약으로 텍사스로 옮긴 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도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재기를 기대했다. 라소다 감독은 미국 언론의 줄기찬 비난 속에서도 '성실한 박찬호는 재기할 것'이라며 박찬호에게 힘을 실어준 든든한 후원자였다.
이제는 현장을 떠나 구단주의 자문역으로 다저스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라소다 감독에게 박찬호가 이날 멋진 투구를 펼친다면 비록 자신의 팀이 박찬호에 막혀 고전한다 해도 라소다 감독은 흐뭇한 마음을 가질 것이 확실하다. 스스로 양아들로 삼고 뒤를 돌봐준 선수가 오랜 기간의 부진에서 탈출해 재기에 성공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12일 다저스전서는 쾌투, 오늘날의 박찬호가 있게 만들어준 은인 라소다 감독에게 기쁜 선물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로스앤젤레스=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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