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네빈, 동시에 '수모' 당해
OSEN U05000018 기자
발행 2005.09.13 08: 50

참으로 묘한 일이다. 맞트레이드 상대였던 둘이 동시에 수모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지난 12일(한국시간) 친정팀 LA 다저스전서 2이닝도 채우지 못한채 1⅓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하던 날 지난 7월 30일 박찬호와 유니폼을 바꿔입은 베테랑 타자 필 네빈(34.텍사스 레인저스)도 박찬호 못지 않게 치욕스런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필 네빈은 이날 경기 전부터 자존심을 상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텍사스 코칭스태프는 이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낮경기를 앞둔 오전 11시(현지시간) 선발 라인업의 4번 지명타자에 필 네빈의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구단이 내년 시즌에 대비해 신예 선수들을 집중 테스트하는 바람에 좀처럼 선발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던 네빈으로선 모처럼 실력발휘할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네빈의 희망은 불과 30분만에 꺾였다. 이날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던 3루수 행크 블레일락이 벅 쇼월터 감독을 찾아가 '뛰고 싶다'고 요청, 텍사스 구단은 블레일락을 중심타선에 배치하면서 네빈을 7번 하위타선으로 내려앉혔다. 낙담한 네빈은 클럽하우스의 모든 이가 들을 정도로 '난 예전처럼 오늘 4번타자였다. 좋았다'며 허풍스럽게 떠든 뒤 블레일락에게 다가가서는 '잘 뛰라'는 말을 건넸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네빈의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회 첫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한 후 돌아서면서 볼판정에 불평한 것에 구심 개리 달링이 가차없이 퇴장 조치를 취해버린 것이다. 박찬호 만큼이나 짧은 경기 출장 시간이었다. 선발라인업의 타순에서 밀려 데 이어 퇴장으로 '두 번 죽은' 셈이 됐다.
네빈도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이적 후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맞트레이드 후 박찬호가 36⅔이닝 27자책점으로 방어율 6.62를 마크하고 있는 동안 네빈도 1할9푼1리의 저조한 타율에 3홈런 8타점으로 예전 거포다운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예 애드리안 곤살레스 등에게 밀려 19게임 중 불과 6게임에 선발 출장했을 뿐이다.
각각 연봉 1500만달러(박찬호), 950여만달러(네빈)의 빅리그 고액연봉자들이지만 전성기 때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박선양 특파원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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