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종훈(37.2군 코치)의 공식 은퇴경기가 열린 15일 대전구장. 경기 시작 3시간 전쯤 장종훈이 "급히 공수했다"는 갈색 배트 두 자루를 쥐어들고 모습을 나타냈다. "오늘 홈런 치면 안 된다"는 유지훤 수석코치의 농담에 알듯모를 듯 미소를 지어보인 장종훈은 배팅 케이지에 들어서 후배들이 던져주는 공에 스윙을 해봤지만 타구는 그리 멀리 뻗지 못했다. "홈런을 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장종훈은 "기대 안하시는 게 좋을 걸요"라면서도 "홈런을 치고 싶어요. 타석에서 세게 휘둘러야죠"라고 말했다. 30개 남짓 짧은 타격훈련을 마친 장종훈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2군에서 딱 3일 훈련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못했어요. 집에서는 피칭 연습만 주로 하죠 요즘. (선수에서 배팅볼을 던져주는 코치로) 입장이 바뀌었잖아요." 7번 지명타자로 이날 은퇴경기를 치르게 된 장종훈은 19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드디어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됐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1985년 12월 3일 (연습생 신분으로) 진해야구장으로 처음 팀을 찾아갔던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들 낯설었고 선배 선수들이 아저씨 같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됐는데 뛰지 못하고 은퇴를 하게 돼 섭섭하진 않은지. ▲은퇴하는 마당에 팀 성적이 너무 좋아서 기분 좋다. 성적이 안 좋았다면 은퇴 경기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부담됐을 텐데 편하게 경기를 하게 돼 후배들에게 고맙다. -7번 지명타자로 출장하게 됐다. ▲세게 휘둘러서 홈런을 치고 싶다. 한편으론 삼진을 먹고 유쾌하게 걸어나오는 상상도 해봤다. 삼진을 천개 넘게 당했는데 그 때마다 인상을 쓰거나 미안해 하면서 나왔지 단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삼진을 먹어도 웃진 못할 것 같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한국시리즈에 5번 올라가서 네 번을 실패하고 1999년 한 번 우승을 했는데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보다 센 해태 타이거즈라는 강팀 때문에 준우승을 네 번 했지만 우리도 못지 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자부심은 항상 가지고 있다. 87년 돌아가신 해태 김대현 선배에게서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와 90년 이만수 선배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첫 홈런왕을 차지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홈런왕이 되서가 아니라 노력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기록적으로는 전에는 홈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경기 출장수인 것 같다. 나중에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경기에 나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19년동안 장종훈은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는지. ▲그건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실 일이지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성실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성실한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있다. -야구는 장종훈에게 무엇인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꼭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다. 야구가 너무 좋다. -아들이 은퇴식을 하루 앞두고 눈물을 터뜨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 아들(현준.9살)이 그동안 아빠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은퇴경기를 앞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고 아빠에 대해 좀 알게 된 것 같아 흐뭇하다. 만화로 된 역사책에 내가 나오는 게 있는데 그걸 누가 얘기해줘서 사서 보게됐다. 그걸 보고 우리 아빠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코치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아직 제대로 들어서지도 않았고 지금은 보조에 불과하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올 시즌은 마음 편하게 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싶다. 많이 비워나가야 할 것 같다.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 비워내고 새로운 걸 담아야할 것 같다. 지도자로서 목표나 거창하게 꿈꾸는 건 없다. 2군에서 3개월 동안 어린 선수들과 함께 생활을 했는데 선수들이 여려서 상처를 쉽게 받는다. 언론의 관심도 없고 1군으로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힘들어하는데 가까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친구처럼 곁에서 야구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팬 여러분들이 너무 긴 시간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격려와 과분한 사랑을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하겠다. 선수 시절 못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서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요즘 후배들 보면 상당히 부럽다. 야구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별로 없지만 그 밖의 환경들은 많이 좋아졌다. 지금 잘하고 있고 또 몇 년만에 300만 관중도 돌파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후배 선수들의 몫이다. 대전=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