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의 세월이 흘렀고 '촌놈'이라 불렸던 연습생은 24년 한국 프로야구의 큰 기둥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 시작할 때의 그 기억을 더듬으며 출발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화 장종훈(37.2군 코치)이 15일 대전구장에서 펼쳐진 기아 타이거즈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렀다. 한국 프로야구 기록이자 그에겐 마지막인 1950경기째 출장. 강산이 두 번 변했을 20년 가까운 세월을 프로야구 무대에서 보낸 그가 선후배 동료들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고별을 고한 장소는 '프로야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었던 곳이다.
1987년 4월 14일. 그 해 2월 연봉 300만원의 연습생 신분으로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에 입단한 장종훈은 대전구장에서 펼쳐진 해태 타이거즈전에 처음으로 타석에 섰다. 8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장종훈은 3타수 1안타 2타점으로 3-2 승리를 이끌었다. 아무도 눈여겨보는 이 없었던 그날은 그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18년 5개월이 흐른 15일 장종훈은 다시 대전구장 그라운드에 섰다. 상대는 해태의 후신인 기아 타이거즈. 데뷔전은 쓸쓸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1만1000명의 만원 관중이 대전구장 스탠드를 빈틈 없이 메웠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밖에 설치된 대형 멀티큐브 앞으로 몰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외야 관중석엔 월드컵 때처럼 대형 휘장이 흘러내렸다.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 개인 통산 최다 홈런(340개)과 최다 경기 출장, 최다 루타, 최다 타점 등 장종훈이 세운 수많은 한국 프로야구 기록들 그리고 그가 이뤄낸 '연습생 신화'의 감동을 추억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덕아웃 밖 의자에 앉아 새로 준비했다는 배트를 매만지던 장종훈의 얼굴에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표정들이 묻어내렸다.
은퇴 경기에 앞서 장종훈은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던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함께 사랑하고 '장종훈' 이름 석자를 잊지 않으려는 팬들 앞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고했다. 그에겐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겠지만 팬들에겐 아쉬운 작별의 순간이었다.
대전=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