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은퇴 장종훈, '우리에게도 영웅은 있다'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09.15 22: 22

지난 1999년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펼쳐진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은 야구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특별위원회 예비심사와 200만 명이 넘는 팬들의 투표로 선정된 '20세기 팀'(All century team) 30명 가운데 생존 인물들이 20세기 마지막 올스타게임에 앞서 함께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냈다. 행크 애런, 샌디 쿠팩스, 놀란 라이언 등 과거의 대스타들이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현역 올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가운데 시구를 한 사람은 테드 윌리엄스였다. 마지막 4할 타자 윌리엄스가 현역 최고 교타자 토니 그윈의 부축을 받으며 공을 던지자 TV 해설자는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숱한 영웅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껴야했던 한국 프로야구 팬들이지만 15일 하루만은 부러울 게 없었다. 이날 대전구장에서 펼쳐진 기아-한화전에선 한화 장종훈(37)의 화려한 은퇴식이 펼쳐졌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1만1000여명의 만원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 4번타자'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5회가 끝난 뒤 클리닝 타임에 진행된 은퇴식에서 한화는 부인과 두 아들과 함께 레드 카펫이 깔린 그라운드로 걸어나왔다. 선배 송진우와 김인식 감독의 꽃다발을 받아든 장종훈은 "야구인으로서 지도자로서 다시 만날 날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오늘이 슬프고 아쉽지만은 않다"고 고별사를 남겼다. 장종훈 홈런존 제막식과 영구 결번식을 마친 장종훈은 가족과 함께 빨간색 오픈카에 올라 곳곳에 손때가 묻은 대전구장을 돌며 작별을 고했다. 연속경기 출장 신기록을 세운 칼 립켄 주니어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손을 마주치던 그 장면과 다를 게 없었다. 한화 선수들은 다시 돌아온 장종훈을 헹가래쳤고 외야에선 오색 폭죽이 터져올랐다. 기아 선수들도 덕아웃 앞에 도열해 대선배의 영광스런 퇴장을 지켜봤다. 은퇴식은 예정 시간을 넘겨 20분 가까이 진행됐다. 어깨가 식은 양 팀 투수에겐 큰 부담이었겠지만 24년 한국 프로야구중 18년 5개월을 빛낸 영웅에게 바치는 시간이었기에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동안 영웅들에게 너무 인색했다. 한국시리즈 4승 신화의 최동원(한화 코치)도 0점대 방어율 신화의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삼성 감독)도 이렇다할 은퇴식 없이 쓸쓸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15일 장종훈의 은퇴식은 우리에게도 영웅은 있다는 것, 그리고 영웅은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고 지켜내야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대전=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