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뉴욕 양키스의 11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다면 그 '으뜸 공신'은 단연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다. 1998년 팀 창단 후 지난해까지 양키스에 31승 80패로 철저하게 짓밟혀온 탬파베이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 올해 양키스전 11승 7패로 매섭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탬파베이의 선전은 단순한 고춧가루가 아니라 실력의 산물이다. 탬파베이는 올 시즌 팀 득점이 메이저리그 전체 30개팀 중 11위, 팀 타율은 보스턴 양키스 디트로이트에 이어 4위로 방망이만 보면 어느 팀에도 꿀릴 게 없다. 올 시즌 내내 회전문처럼 온갖 투수들이 들고났던 양키스 마운드가 탬파베이의 방망이에 당할 만도 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팀 타율 2할8푼1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 보스턴(.28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후반기 팀 득점도 30개팀 중 당당 8위로 세인트루이스 플로리다 애틀랜타 LA에인절스 휴스턴 등 플레이오프 진출 유력 팀 중 탬파베이의 발 아래인 팀들이 수두룩하다. 캔자스시티(5.50)에만 앞서는 팀 방어율 29위(5.37)인 허약한 마운드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후반기 팀 방어율은 4.60으로 보스턴(4.63)을 살짝 앞서고 있지만 21위로 여전히 바닥권이다.
희망의 징조는 뚜렷하다. 전반기 28승 61패, 30개팀 중 최저 승률로 반환점을 돈 탬파베이는 후반기는 32승 25패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나 LA 에인절스보다 많이 이겼다. 3루타 메이저리그 전체 2위, 도루 3위로 빠른 발의 젊은 타자들이 치고 달리는 야구가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너무도 이르다. 선수 구성의 불균형 때문이다. 칼 크로퍼드와 로코 발델리, 조이 개스라이트에 자니 곰스, 어브리 허프까지 호르헤 칸투를 제외하면 친다는 방망이들이 대부분 외야에 몰려있다. 여기에 올해 더블A-트리플A에서 26홈런 99타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올라선 최고 유망주 델몬 영까지 외야수다. 이토록 외야에만 선수들이 집중되도록 트레이드를 모색하지 않은 창단 단장 척 라마의 능력에 또 한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포지션 중복과 함께 탬파베이의 또다른 딜레머는 역시 돈이다. 얼마 전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선정된 델몬 영은 "탬파베이는 싸구려 구단"이라고 구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03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인 자신을 3년째 메이저리그로 올리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영에 이어 또다른 타자 유망주 B.J. 업튼의 에이전트도 16일 "트레이드를 심각하게 고려해 달라"고 메이저리그 승격을 늦추고 있는 구단에 화살을 날렸다.
2002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유격수 업튼은 올 시즌 트리플A 더햄에서 3할3리의 타율에 18홈런 74타점 44도루를 기록, 다시 한번 호타준족을 과시했다. 하지만 실책을 무려 53개나 범해 마이너리그 3년간 에러수가 무려 153개로 늘었다. '제2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그간의 평가를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 '업튼을 외야수로 돌리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외야에 줄지어 선 젊은 선수들 때문에 탬파베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영과 업튼을 로스터가 40명으로 늘어난 9월에도 메이저리그에 올리지 못한 또다른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이들의 메이저리그 등록일수를 쌓아줬다간 나중에 이들이 '슈퍼 2'로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봉조정신청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3년차부터 5년차까지 행사할 수 있지만 2년차 이상-3년차 미만 중 메이저리그 등록일수 상위 17%에겐 한해 먼저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주는 '슈퍼 2' 조항이 있다. 유망주가 있어도 돈이 없어 쓰지 못하는 게 현재의 탬파베이다.
준비된 유망주 영과 업튼을 순위와 승패가 무의미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올리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아껴두는 게 탬파베이 같은 스몰마켓 팀이 나아갈 길이라는 동정적 의견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넘쳐나는 외야 자원은 반드시 교통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구단주 교체와 함께 라마 단장의 경질이 예상되는 탬파베이가 올 오프시즌 외야수 자원을 정리하고 마운드 보강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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