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재(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타격 1위는 3할2푼9리를 기록 중인 텍사스 레인저스 유격수 마이클 영(28)이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에서 '2005시즌 타율 1위'를 기록 중인 타자는 영이 아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2루수 플라시도 폴랑코(30)다.
지난 6월 우게트 어비나, 라몬 마르티네스와 1대2로 트레이드돼 필라델피아에서 디트로이트로 옮긴 폴랑코는 현재 74게임에서 300타수 101안타, 3할3푼7리의 맹타를 기록 중이다. 영을 앞서는 타율이지만 폴랑코의 이름은 타격 랭킹 어디에도 없다. 폴랑코가 시즌 초반 내셔널리그에서 뛰며 기록한 성적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어 규정 타석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폴랑코는 필라델피아에서 뛴 43게임에서 158타수 50안타, 타율 3할1푼6리를 기록했다. 디트로이트에서 내고 있는 성적과 합하면 458타수 151안타, 타율 3할3푼. 간발의 차이지만 여전히 영의 3할2푼9리를 앞선다.
더구나 폴랑코는 디트로이트로 이적하기 전 아메리칸리그 팀과 인터리그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디트로이트로 옮긴 뒤 내셔널리그 팀과 인터리그에선 47타수 18안타, 3할8푼3리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내셔널리그 투수들을 상대한 47타수는 인정하고 내셔널리그에서 내셔널리그 투수들을 상대한 155타수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양대 리그가 월드시리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인터리그가 펼쳐지는 현재 상황에서 폴랑코의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대단한 모순이다.
폴랑코에게 위안거리라면 전에도 그처럼 지독하게 불운한 선수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홈런 타점 타율 등 타격 주요 3개 부문에서 양대 리그를 통틀어 1위를 하고도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한 사례가 지금까지 두 차례 있었다.
지난 1997년 마크 맥과이어는 오클랜드에서 홈런 34개를 날린 뒤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 31일 '사부' 토니 라루사 감독이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됐다. 맥과이어는 이후 홈런을 24개나 더 날려 시즌 홈런 58개를 기록했지만 아메리칸, 내셔널리그 어디에서도 홈런왕 타이틀을 따지 못했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은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로 56개, 내셔널리그는 래리 워커(콜로라도)가 49개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앞서 1990년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세인트루이스에서 3할3푼5리로 내셔널리그 타격 선두를 달리던 윌리 맥기는 8월말 오클랜드로 트레이드됐고 아메리칸리그에서 치른 경기서는 2할7푼4리의 부진을 보였다. 전체 시즌 타율은 3할 2푼 4리였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사무국은 맥기가 규정타석을 채웠고 내셔널리그에서 시즌을 마쳤더라도 3할3푼5리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인정, 아메리칸리그 소속이던 맥기에게 타격왕 타이틀을 수여했다.
이에 따라 에디 머리(LA 다저스)가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머리는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조지 브렛,3할2푼9리)보다 높은 3할 3푼으로 내셔널리그 타격 1위를 기록했지만 타격왕 타이틀을 시즌 중 이적한 맥기에게 넘겨줘야 했다. 당시 머리의 불행을 잉태했던 맥기의 1대3 트레이드에서 세인트루이스로 간 선수 중엔 훗날 한국 프로야구 롯데에서 뛰었던 호세가 포함돼 있었다.
폴랑코가 남은 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러 내셔널리그 타격 1위(현재 데릭 리,3할4푼1리)마저 넘을 경우 '시즌 중 리그를 바꾼 선수'의 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들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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