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화전 승리는 삼성에 1승 이상의 기쁨을 선사했다. 3연패를 끊고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를 4로 줄인 것 만큼이나 고무적인 게 있었다. 권오준(25)이 마침내 롱릴리프의 몫을 제대로 소화해낸 것이다. 이날 권오준은 선발 바르가스가 1회부터 매 이닝 점수를 내주며 비척이자 3회 일찌감치 구원 등판, 7회 1사까지 4이닝을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투구수 60개로 오상민으로 시작되는 셋업맨들에게 마운드를 넘겨 역전승을 일궈냈다. 선발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게임에서 권오준이 2~3이닝 중간 허리를 책임진 뒤 오상민-안지만-오승환의 최강 셋업-마무리 트리오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게 한국시리즈를 앞둔 삼성이 꿈꾸는 필승 시나리오다. 이는 시즌 초반 17세이브를 따내며 삼성을 선두로 이끌었던 권오준이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선발과 마무리 연투 어느 쪽도 소화해내지 못함에 따라 마련된 차선책이기도 하다. 배영수가 지난해 '완투 모드'에서 해제된 데다 하리칼라-임동규-바르가스 등 나머지 선발투수들도 5이닝을 넘기기 급급한 상황이라 권오준의 가세는 절실했다. 그러나 8월 한 달을 완전히 쉬고 돌아온 권오준은 9월 들어 앞선 6차례 등판에선 좀처럼 1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조동찬-김한수-심정수-박한이로 이어지는 타선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만큼이나 삼성이 이날 권오준의 4이닝 호투에 의미를 둘 만한 이유다. 관심거리는 선동렬 감독이 권오준의 선발 전환을 다시 한 번 시도할 것이냐다. 하리칼라와 바르가스 두 외국인 선발이 갈수록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어 긴장이 극에 달할 포스트시즌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9월 들어 선발에서 중간계투로 임무를 바꾼 전병호나 권오준 중 한 명을 선발로 돌리는 승부수를 생각해봄 직한 시점이다. "5회까지만 앞서면 된다"며 불펜 운용에 시즌 내내 자신감을 보여온 선동렬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무게추를 선발과 불펜 어느 쪽에 둘 것인지, 열쇠는 결국 권오준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준 역시 선발로는 5이닝 이상 던지기 힘든 상황인 만큼 현재로선 17일 한화전 같은 롱릴리프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이 연패를 당해 궁지에 몰릴 경우 권오준이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