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린스와 이승엽(29)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롯데는 고베 스카이맥 구장에서 오릭스와 원정 2연전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12일까지 퍼시픽리그는 소프트뱅크가 81승 2무 40패로 1위, 롯데가 76승 2무 45패로 2위를 달리고 있었다. 3위는 바로 롯데의 원정 상대 오릭스. 당시 성적은 59승 4무 62패였다. 그 뒤를 61승 65패의 세이부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3위에 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당시 성적을 기준으로 1~2위간 승차는 5게임차. 2~3위간은 무려 17경기차나 벌어져 이미 롯데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였다. 반면 3~4위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오릭스가 앞서 있었다. 당시 남은 경기수는 소프트뱅크, 롯데가 13경기씩이었고 오릭스는 11경기, 세이부는 10경기만 치르면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끝나게 돼 있었다. 오릭스와 만나기 전 세이부와 원정 2연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던 롯데는 오릭스와 2연전을 마치고 다시 세이부와 홈 2연전을 치를 차례였다. 숫자들이 나열된 것을 보면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나 밸런타인 감독의 머릿속에 복잡한 계산이 떠오를 만도 했다. 소프트뱅크와 4차례 맞대결이 남아 있긴 했지만 일찌감치 1위를 포기하고 주전들의 체력이나 비축해 주는 것이다. 맞대결에서 4연승을 거두는 것도 힘들지만 다 이긴다 해도 여전히 1게임차가 나므로 일찌감치 휴식하는 방안에 대해 충분히 유혹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또 하나는 바로 플레이오프 상대 고르기.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롯데로서는 플레이오프 상대로 전년도 우승팀이자 니시구치, 마쓰자카 원투 펀치에 페르난데스-카브레라-와다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좋은 세이부보다는 10승 투수라고는 용병 JP 한 명에 그나마 3할 타자는 한 명도 없으면서도 특유의 벌떼야구로 버티는 오릭스를 선택할 만한 상황이었다. 양팀이 워낙 종이 한 장 차이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만큼 두 판 모두 시원하게 밀어주면 판세가 확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오릭스와 원정 두 경기를 모조리 잡아 버렸고 이 사이 라쿠텐과 한 경기를 치른 세이부는 10-1로 대승을 거두고 순위 바꿈에 성공했다. 롯데는 이어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이부전에서도 정상적인 경기를 펼쳐 1승 1패를 기록했다. 롯데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팀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1승 어드밴티지’ 때문이다. 현재 퍼시픽리그의 에 의하면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 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팀과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과 정규 시즌 승차가 5게임차 이상이면 직행 팀에 먼저 1승을 주게 돼 있다. 이게 1승 어드밴티지다. 다시 12일로 돌아가면 당시 롯데는 소프트뱅크와 딱 5게임차로 2위였으므로 그 상태가 지속되면 플레이오프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패를 안고 소프트뱅크와 싸우게 돼 있었다. 이럴 경우 절대 불리한 롯데로서는 어떻게든 소프트뱅크와 승차를 줄여야 했고 이것이 플레이오프 상대 고르기나 주전 휴식 같은 페넌트레이스 막판 김빠지는 일을 생각할 수도 없게 만든 이유였다. 아무튼 롯데는 승차가 5게임이던 상태서 지난 19일 시작된 소프트뱅크와 4연전에서 먼저 2승을 거둬 승차를 3게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남은 2경기서 1승만 더 거두면 최소한 ‘1승 어드밴티지’ 걱정은 던 채 남은 일정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물론 보너스도 있다. 소프트뱅크전에서 2승을 더 보태 승차를 1게임차로 줄일 경우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롯데는 라쿠텐과 3경기, 니혼햄과 2경기만 남기게 된다. 모두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세이부와 3연전, 라쿠텐과 2연전을 남기고 있다. 20일 현재 오릭스에 1.5게임차 앞서고는 있지만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지 않은 세이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소프트뱅크를 잡으려고 나설 것이다. 롯데가 페넌트레이스 1위도 꿈꿀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롯데가 라쿠텐, 니혼햄에 5승을 거두고 소프트뱅크가 5경기 중에 1패만 당해 양팀의 승률이 같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건 곧 세이부의 불행이다. 퍼시픽리그 협약은 이 경우 플레이오프가 없어지고 곧바로 페넌트레이스 공동 1위 팀끼리 챔피언결정전을 벌이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1~5차전 경기 장소는 모두 전년도 성적이 앞서는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후쿠오카의 야후돔으로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 올 퍼시픽리그는 일찌감치 소프트뱅크, 롯데 양강 체제가 굳어졌으면서도 기발한 제도로 인해 끝까지 박진감을 잃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