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를 반 게임 차로 추격 중인 뉴욕 양키스가 지구 선두 탈환에 실패한다면 꺾어야 할 상대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다.
21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패해 7연승이 좌절되긴 했지만 클리블랜드는 여전히 양키스에 반 게임 차 앞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선두다.
골인 지점을 불과 몇 발짝 앞두고 있는 21일 현재 클리블랜드가 88승 63패, 양키스가 87승 63패로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에서 거의 비슷한 성적을 냈다. 승패는 닮은 꼴이지만 두 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닮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정반대의 길을 달려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형국이다.
먼저 팀 연봉. 잘 알려진 대로 양키스의 올 시즌 팀 연봉은 2억8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팀은 물론 프로 스포츠의 천국 미국을 통틀어 사상 최고액이다. 그 중에서도 랜디 존슨을 위시한 투수진 연봉만 1억달러에 육박, 웬만한 구단 전체 연봉을 넘는다. 그 웬만한 팀 중엔 클리블랜드도 포함돼 있다. 클리블랜드의 올 팀 연봉은 4150만달러로 30개팀 중 26위. 그 아래로는 밀워키와 피츠버그, 캔자스시티와 탬파베이가 있을 뿐이다.
양키스의 '1억 달러 로테이션'은 줄 부상에 쓰러졌다. 4년간 3950만달러를 받고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칼 파바노는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DL)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단 4승(6패)로 시즌을 마감했고 올해 연봉 1570만달러의 케빈 브라운 역시 4승(7패)을 끝으로 짐을 싸 조지아주 집으로 돌아갔다. 3년간 2100만달러에 영입한 재럿 라이트는 어깨 부상으로 3달을 쉬다 지난 달에야 복귀했다. 고군분투한 랜디 존슨의 뒤를 받친 건 애런 스몰과 숀 차콘, 왕젠밍 등 '무명용사'들이다.
클리블랜드의 선발진 클리프 리-제이크 웨스트브룩-C.C. 사바티아-스캇 엘라튼-케빈 밀우드의 올해 연봉을 다 합치면 1554만5000달러다. 양키스가 브라운 한 명에게 들인 돈으로 클리블랜드는 64승을 합작한 로테이션을 꾸려냈다. 사바티아가 개막 첫 달인 4월 보름 남짓, 밀우드가 6월에 역시 보름 정도 DL에 오른 게 전부로 이 5명의 선발투수들은 올 시즌 거의 부상이 없는 한해를 보냈다. 개막 로테이션에 들었던 선발 5명이 아직도 건재한 팀은 클리블랜드가 거의 유일하다.
타자들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양키스 주전급 야수 중 '막내둥이'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30살이다. 티노 마르티네스 38살, 버니 윌리엄스는 37살에 게리 셰필드(36) 제이슨 지암비(34)까지 양키스 라인업은 거의가 '386세대'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는 트래비스 해프너(28)와 그래디 사이즈모어(23) 빅토르 마르티네스(27)와 자니 페랄타(23) 등 뼈대가 온통 20대의 젊은 피들이다. 지난 2002년 바르톨로 콜론을 내주고 사이즈모어와 클리프 리를 받는 등 수년간 과감하고 영리하게 리빌딩을 추진한 결과다.
클리블랜드는 팀 방어율 아메리칸리그 2위, 불펜 방어율 1위의 마운드에 팀 득점도 리그 4위의 투타 이상적인 균형으로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여기까지왔다. 챠콘과 알 라이터 등 시즌 중 수많은 투수들을 수혈하고도 방어율 리그 7위로 처진 양키스는 팀 홈런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방망이로 플레이오프 문턱까지 내달리고 있다.
젊고 싸고 힘있는 팀과 몸값 비싼 베테랑 군단간의 대결은 오클랜드-양키스의 격돌로 이미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익숙하다. 지난 2001년과 2002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오클랜드의 좌절이 보여줬듯 최종 승자는 거의 예외 없이 후자였다. 오클랜드와 클리블랜드는 훌륭한 모범 사례지만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승부세계에서 아직 완성된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올 시즌 클리블랜드가 오클랜드의 전철을 밟지 않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양키스를 넘어야 한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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