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는 사상 처음으로 무승부 3차례에 나머지 7게임 중 3경기도 한 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4차전 배영수의 10이닝 무실점 같은 장면이 다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올 포스트시즌도 치열한 투수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 징조는 9월 들어 치르고 있는 잔여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면 6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헤쳐온 각 팀 투수들 중 상당수가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지곤 했지만 올해는 그런 모습이 별로 없다. 얼마 전 장종훈 은퇴경기에서 만난 한 한화 선수는 "전에는 시즌 막판에 힘 떨어진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과 타점을 많이 올리곤 했는데 올해는 막판에도 투수들 공이 너무 좋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엄살이 아니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삼성 등 8개팀이 44경기를 치른 가운데 8개 구단 투수들의 9월 평균 방어율은 4.08으로 시즌 막판치곤 준수하다. 7월(3.84)과 8월(3.91)보다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시즌 전반인 4월(4.40) 5월(4.73) 6월(4.11)과 비교하면 시즌 막판 각팀 투수들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타자들은 9월 한 달간 44경기에서 381점을 뽑아 팀당 평균 4.33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8월의 4.29 득점보다는 약간 높아졌지만 올 시즌 전체 평균 4.59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힘 떨어진 투수를 상대로 몰아치기할 기회가 없다'는 타자들의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원인은 비교적 분명하다. 처음으로 더블헤더 없이 시즌이 치러진 데다 팀당 133게임이던 경기수도 7년만에 126경기로 다시 줄었다. 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워낙 일정이 여유롭다 보니 혹사 당하거나 무리를 할 만한 여지가 거의 없었다. 1989년 고원부(.327) 이후 16년만의 최저 타율 타격왕(현재 1위 이병규 .33O)이 유력한 것도 투수들의 어깨가 막판까지 싱싱한 것과 무관치 않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더블헤더가 없다보니 올 시즌은 투수력이 약한 하위 팀들도 처지지 않고 따라붙을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투수들이 지치지 않았다는 건 다음 달 1일 시작될 포스트시즌 승부가 전에 없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증표다. 대신 삼성이든 SK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정규시즌 1위팀의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준플레이오프가 5전3선승제로 늘어나긴 했지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승부가 쉽게 갈릴 경우 더더욱 한국시리즈 승부는 예측불허의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폭죽처럼 펑펑 터지는 홈런을 바란다면 다가올 포스트시즌은 싱거운 승부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투수전의 묘미를 아는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맛볼 수도 있다. 고비에서 터지는 한 방 보다는 결정적 순간 각 팀 감독들의 투수 교체, 마운드 운용의 성패가 올 포스트시즌 무대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월별 평균 방어율-타율 변화 ▲방어율=4.40(4월)-4.73(5월)-4.11(6월)-3.84(7월)-3.91(8월)-4.08(9월) ▲타율=.270(4월)-.268(5월)-.260(6월)-.260(7월)-.259(8월)-.261(9월)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