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얄궂고 잔인하다.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 삼성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감독 데뷔 첫 해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 날 해태의 후신 기아 타이거즈는 창단 24년만에 첫 꼴찌가 결정됐다. 희비가 엇갈린 곳은 공교롭게도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던 기아(해태)의 안마당 광주구장이다. 22일 광주경기에서 삼성에 패함에 따라 기아는 꼴찌가 최종 확정됐다. 이날 7위 LG가 한화를 꺾음에 따라 기아는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LG를 넘어설 수 없게 됐다. 벌써 7년째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지 못하며 내리막을 걸어온 기아이기에 꼴찌 확정은 그다지 충격적인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명가의 몰락을 공식적으로 고한 경기의 상대가 공교롭게도 삼성이라는 점, 그 지휘자가 다름 아닌 선동렬 감독이라는 사실은 오래도록 기아 팬들의 폐부를 아프게 찌를 것 같다. 해태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영광을 쌓아오는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나 해태에 무릎을 꿇는 등 그 그늘에서 수모와 설움을 곱씹어야 했던 팀이 삼성이다. 11년간 통산 146승 40패, 1.20의 경이적인 승수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하며 해태 마운드의 수호신으로 삼성의 그늘을 더 짙게 드리웠던 선수가 바로 선동렬 현 삼성 감독이다. 한국 프로야구 전통 강호의 쇠락과 새로운 맹주의 출현은 22일 단 하룻동안 바쁘게도 마무리됐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