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은 "방망이는 물장사(술장사)"라는 말을 자주 했다. 투수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타격은 언제 손님이 들지 모르는 술집처럼 기복이 심하다는 뜻이다. 백 전 감독의 표현을 빌자면 조범현 SK 감독은 요즘 갑작스레 밀려드는 손님에 신바람이 났다. 미어터지도록 들던 손님(6,7월 타격 활황세)이 영문 모르게 뚝 끊어져(9월 집단 슬럼프) 파리를 날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금세 다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달 침체를 면치 못하던 SK 타선이 연일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두산과 피말리는 2위 싸움에서 거의 승리를 굳혀가는 것도 되살아난 방망이 덕분이다. 그 뒤엔 든든한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가 있음은 물론이다. SK엔 정규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지난 23~24일 한화전과 25일 LG전에서 SK는 매 경기 홈런 두 방씩을 터뜨리며 3연승을 달렸다. 특히 24~25일 경기에선 이진영과 이호준이 이틀 연속 쌍포를 가동했다. 9월 들어 눈에 띠게 주춤하던 이진영은 물론 이호준은 부상에서 시작된 슬럼프가 꽤 길게 이어져온 터였다. 이호준은 4년 연속 20홈런에 한 개를 남겨두고 아홉수에까지 걸렸지만 이도 깨끗이 털어냈다. 이호준은 "4년 연속 20홈런도 채웠고 이제는 부담이 없다"며 "포스트시즌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볍게 나간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에 차있다. 박경완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문학 롯데전에서 포수 최다 홈런 타이기록(252개)을 세운 뒤 한 달 넘게 홈런을 추가하지 못할 만큼 긴 슬럼프 끝에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때맞춰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24일 문학 SK전에서 박경완은 한화 선발 안영명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에 직접 맞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아깝게 한국 프로야구 신기록 수립을 놓쳤지만 지난달부터 1할대 빈타에 허덕여온 그에게도 다시 '손님'이 찾아들 반가운 징조다. 상하위 타선을 잇는 고리 노릇을 해왔을 뿐 아니라 투수를 리드하는 안방마님이기에 박경완의 부활은 중요하다. 이호준 박경완이 완전히 살아난다면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주포 김재현과 함께 SK는 지난 여름 그 뜨거웠던 불길을 되살릴 수 있다. '손님맞이'에 바쁜 조범현 SK 감독은 "타선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만큼 마무리를 잘해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