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지난 27일 651회 방송분에서 '회장님의 왕국, 대한축구협회'라는 제목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감춰진 비리와 함께 정몽준 회장이 협회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PD수첩은 정 회장이 재임하고 있는 12년 동안 협회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이에 축구협회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기로 한다며 올초 4선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행적을 집중 추적했다.
PD수첩은 협회가 대표팀만 키우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대선 때 대권주자로 나서면서 협회를 이용해 정치 의욕을 표면화시키기도 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PD수첩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협회는 축구와 축구인을 위한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협회가 대표팀에만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신문선 김강남 최경식 씨 등 각 방송의 축구 해설위원들은 인터뷰를 통해 "협회가 온통 대표팀에만 집중한다"며 불만 제기했다. 대표팀에 지원만 하다보니 23년째 운영되고 있는 프로축구가 위기를 맞고 있고 프로축구 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협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선수 차출에 있어서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보다 빨리 프로구단에 소집을 요구하는 등 구단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대표팀만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PD수첩은 협회 관계자들이 정 회장에 관한 좋지 않은 언론 보도가 나올 경우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김영주 전 국제 심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협회는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당일 협회 고위관계자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으며 쫓겨나다시피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기사 두 줄로 인해 심판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
정 회장의 충신들인 협회 내부의 '현대파'와 협회 직원들간의 골도 소개됐다. 한 협회 직원은 "10년 일해도 대리도 못다는 판인데 현대에서 내려온 직원들은 과장 이상급을 단다. 중요 정책도 죄다 '현대파'들한테 맡겨지는 등 주인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대파' 평균 연봉이 5000만원대인데 반해 일반 채용 직원은 2000만원대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혹도 파헤쳤다. 전 협회 직원은 "대표팀 선임 문제도 정 회장의 지시를 받아서 '누가' 뽑는 것이지 기술위원회가 뽑는 것은 아니다"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축구 에이전시 KAM(캄)과의 유착설도 언급됐다. 가삼현 대외협력국 국장은 "10년동안 일하면서 공교롭게도 캄에서 추천을 받은 사람이 선임된 것이지 더 이상의 관계는 없다"며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나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다 아는 에이전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존 듀어든 영국 출신 축구기자가 "영국에서 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한 인터뷰도 함께 방영됐다.
축구계 내외부에서 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실었다. 박종환 대구 FC 감독은 "밖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아니라)현대 축구협회라고 부른다"고 했고 한 협회 전 임원은 "한마디로 왕조라고 할 수 있다"며 비난을 가했다.
베일에 싸인 협회의 자금 출처내역도 파헤쳤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협회 이사로 재직할 당시 "홍보비로 얼마나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협회 관계자는 굉장히 당혹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고 한 신문사 체육부 기자는 "정 회장이 적어도 2주에 한 번씩 언론사 편집국장이나 부장 등과 골프 회동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협회 직원은 "100% 협회 돈이 나간다. 알려지면 큰일 날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소위 '정몽준 장학생'이라고 해서 기자에게 상당액의 금품을 건네는 등 비리가 많다며 PD수첩은 '축구협회의 힘이 언론의 힘을 능가한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결산보고서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한 의원이 "2003년에 5년간 현물로 500억원을 유치했는데 따져보면 70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 협회 직원은 "협회의 회계 장부 사정은 정 회장과 측근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동아시아대회에서는 협회가 경기를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에 판매수익과 관계없이 2억원 이상을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에 나선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폭력이며 공갈"이라고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정 회장이 찬조금을 실제로 기부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보였다.
당초 계획됐던 협회 법인화가 늦어지는 이유도 언급됐다. 정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5월까지 법인화를 마무리짓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법인이 되면 문제가 생길 경우 상급 기관에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회가 비법인 상태로 남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