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문동환(33)의 6년전 기억 속엔 이같은 교훈이 뼛속 깊이 박혀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 1999년 문동환은 데뷔후 최다승인 17승을 올리며 롯데를 플레이오프에 올렸지만 처음 선 가을 마운드에서 그는 초라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전 투수가 되는 등 3차례 등판에서 1패, 방어율 8.25. 롯데가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문동환은 2차전에서 또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당시 롯데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한 팀이 지금의 소속팀 한화다.
6년을 기다려 잡은 자존심 회복의 기회를 문동환은 놓치지 않았다. 1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SK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문동환은 정규시즌 1승도 없이 3패만 안았던 SK 타선을 9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잠재우고 한화에 천금같은 승리를 선사했다. 투구수 112개.
페넌트레이스 SK전 방어율이 3.06이었을 만큼 문동환은 와이번스 타자들에게 꿀리지 않았지만 타선 지원이 없거나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번번히 승리를 놓쳤다. 포스트시즌 초입에서 다시 만난 SK를 문동환은 아예 실패의 여지가 없도록 혼자서 그것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최고 구속 147km의 빠른 공에 승부구로는 체인지업으로 허를 찌르는 두뇌 피칭으로 SK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문동환은 2회 1사후에 정경배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를 허용했지만 채종범 박경완을 범타로 잡아냈다. 3회엔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2루에서 SK 상위타선과 맞닥뜨렸지만 박재홍 이진영을 역시 범타로 솎아냈다.
한화 타선도 SK 선발 채병룡에 막혀 고전했지만 조원우-데이비스 듀오가 돌파구를 뚫어냈다. 1회 선두타자 조원우가 우전안타를 치고나간 뒤 데이비스가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뽑았다. 2,3회 추가점 기회를 놓쳤지만 5회 또 한번 선제 안타를 치고나간 조원우를 역시 데이비스가 2루 베이스 위를 뚫고 지나가는 중전 적시타로 홈으로 불러들였다.
6회엔 채병룡을 구원 등판한 위재영을 상대로 뽑은 점수는 쐐기가 됐다. 1사후 브리또가 2루앞 내야안타를 치고나간 뒤 신경현이 초구에 좌익선상 깊숙히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 채종범이 펜스를 맞고 튄 타구를 더듬는 사이 브리또가 내처 홈까지 밟았다.
7회까지 한번도 연속 안타나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3루를 내주지 않던 문동환은 8회 대타 김기태의 내외야 사이 높이 뜬 공을 유격수 브리또가 놓치는 바람에 2루타를 내줘 한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문동환의 뒤엔 조원우가 있었다. 조원우는 3-1 두점차이던 9회 SK 조웅천을 상대로 외야 담장 왼쪽 넘어 한화 불펜에 떨어지는 솔로홈런을 작렬썌다. 1,3,5회 3연속 안타를 터뜨린 조원우는 4타수 4안타 1볼넷 100% 출루로 펄펄 날며 불과 넉달 전까지 몸담았던 친정 팀에 비수를 꽂았다. 4안타 3득점은 준플레이오프 최다 안타와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이다.
SK 채병룡은 5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패전 투수가 돼 데뷔후 포스트시즌 2승 뒤 첫 패를 안았다.
2차전은 2일 오후 2시 문학구장에서 펼쳐진다. SK는 김원형, 한화는 송진우가 선발 등판한다.
인천=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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