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고스톱이라도 치다 보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복도 지지리 없다’는 말일 것이다. 야구경기도 마찬가지다. 흔히 지고 있는 쪽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안풀린다’는 탄식이 이어진다. 한 마디로 운이 없다는 의미다. 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SK쪽에서 운을 이야기할 만했다. 우선 톱타자 박재홍. 3회 1사 2루에서 친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는 듯했으나 한화 중견수 데이비스가 아슬아슬하게 잡아냈다. 박재홍은 억울한 듯 한동안 1루 베이스를 밟고 자기팀 벤치를 향해 원바운드였다는 제스처를 썼으나 아웃 판정이 나오고 난 뒤였다. 선두 타자로 나온 6회에도 ‘운’이 없었다. 한화 투수 문동환의 다리를 강타한 박재홍의 타구는 하필이면 유격수 브리또 쪽으로 꺾였다. 간발의 차이로 1루에서 아웃. 2사 후 김재현의 2루타가 나왔으니 안타가 됐다면 SK는 좀 더 일찍 반격을 펼칠 수 있었다. 다음은 채종범. 7회 볼카운트 1-1에서 친 타구가 우측 폴 앞에 떨어졌지만 파울라인을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벗어나고 말았다. 반면 수비에서는 뼈아픈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6회 1사 1루에서 신경현이 친 타구가 펜스를 맞고 나오는 사이 타구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브리또의 홈인을 허용했다. 반면 한화는 2-0으로 앞서던 6회 브리또가 SK 투수 위재영의 발을 때리고 2루수 쪽으로 꺾이는 내야 안타로 출루,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브리또는 1회에도 SK 2루수 정경배의 글러브에서 살짝 벗어나는 행운의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지독히도 풀리지 않던 SK에게도 그러나 행운은 찾아왔다. 0-3으로 뒤지던 8회 대타로 나온 김기태가 친 타구가 한화 유격수 브리또의 키를 살짝 넘은 것. 어느새 김기태는 2루까지 달려 무사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운은 여기까지였다. 김민재 박재홍 이진영으로 타순이 이어졌지만 안타를 추가하지 못하고 내야땅볼만 치는 바람에 영패를 모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다시 질문을 던질 차례다. SK는 이날 운이 없어서 패한 것 일까. 만약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한화 선수들이 아주 억울해 할 것 같다. 이날 한화 타자들은 철저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 맹활약을 펼친 조원우와 데이비스 말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태균은 슬러거답게 제 스윙으로 상대를 공략한 반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든 밀어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능력에 맞는 공격을 펼쳤다고 해야 할까. 마운드의 문동환 역시 노련함을 보였다. 선취점을 부담보다는 이익으로 삼고 1회부터 여유 있게 투구했다. SK 선발 채병룡이 초반 볼을 평소대로 뿌리지 못하고 제구에도 자신감을 보이지 못한 것과 비교가 됐다. 1회 첫 타석에서 바깥쪽 볼을 밀어 쳐 안타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몸 쪽으로 승부할 것을 예상했다는 조원우의 말에서 보듯 한화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1차전을 치르는 상황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 큰 경기에서 중압감을 이긴다는 것 역시 중요한 승인이 된다. 승부에 이기면 모든 것이 잘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2차전은 어떤 양상으로 가게 될지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한화는 귀중한 1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운보다는 실력으로. 인천=박승현 기자 nanga@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