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두산은 SK를 제치고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내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1998년(당시는 OB)에 이어 7년만에 또다시 정규시즌 최종일에 뒤집기쇼를 연출했으니 '미러클 두산'이라 부를 만하다. 두산이 두 번이나 기적같은 막판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면 한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에 도전하고 있다. 1일 SK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4-1로 승리함으로써 한화는 플레이오프행의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냈다. 아직 최종 승자를 가늠하긴 이르지만 여세를 몰아 한화가 승리한다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규시즌 SK는 팀 방어율 3.41로 8개팀 중 1위를 차지한 반면 마운드가 약한 한화는 4.41로 SK와 팀 방어율이 꼭 1점 뒤졌다. 126경기를 치른 팀 방어율이 1점차라는 건 비자책점을 포함하면 매 경기 한 점 이상씩 더 줬다는 의미로 대단한 차이다. 포스트시즌 단기전 승부에서 이같은 마운드 열세를 극복한 팀은 지난 23년간 단 한 팀도 없었다. 마운드 높이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방어율이 0.90 이상 차이난 두 팀이 대결한 경우는 모두 6차례 있었다. 결과는 예외없이 투수력의 우위인 팀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현대(방어율 3.64)는 삼성(4.64)를 맞아 4전승으로 어린애 팔목 비틀 듯 싱겁게 승부를 끝냈다. 정민태가 1,4차전 승리를 따내는 등 김수경 임선동 등 1~3선발이 4승 모두를 책임졌다. 한해 전인 1999년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4.18)가 삼성(5.16)을 역시 4승 3패로 따돌렸다. 3,6차전 선발승을 거둔 박석진이 MVP에 선정됐다. 1991년 플레이오프에선 빙그레(3.28)가 삼성(4.23)에 3승 1패로 매운 맛을 보였다. 1차전 한용덕의 완봉승에 이어 2차전 송진우 완투승, 4차전 한용덕이 다시 완투승을 따내 모든 승리를 완투로 따낸 유일한 포스트시즌 시리즈였다. 1998년 한국시리즈에선 현대(3.03)가 LG(4.18)를 4승 2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보다 10년 전인 1988년 한국시리즈에선 해태(2.86)가 빙그래(3.72)를 4승 2패로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방어율 차이가 큰 두 팀이 붙었던 1989년 태평양(3.03)-삼성(4.42) 준플레이오프(태평양 2승 1패)까지 마운드 높이가 희비를 가르는 단기전에선 예외가 거의 없었다. 1990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4.13)이 해태(3.36)를 3전승으로 따돌린게 지금까지 가장 큰 팀 방어율 차를 극복한 사례다. 당시 삼성은 1차전 잠수함 이태일이 승리를 따낸 데 이어 2,3차전 김상엽의 연속 구원승으로 해태의 막강 이강철-선동렬-김정수 트리오를 무너뜨렸다. 한화가 방어율 1점차의 열세를 딛고 SK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미러클 한화'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변수는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이라는 사실이다. 예년처럼 3전2선승이었다면 한화는 벌써 축제 분위기였겠지만 아직 두 번을 더 이겨야 하기에 갈 길이 멀다. 마운드 특히 불펜이 열세인 한화로선 기적을 말하기엔 조금 이른 셈이다. 김인식 한화 감독도 1차전에 앞서 "5전3선승제가 되는 바람에 투수 운용에 부담이 크게 됐다"고 밝힌 터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