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구째 바깥쪽 볼에 오석환 구심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순간 타석의 SK 채종범은 움찔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최태원 3루 코치의 사인을 보더니 타석에 들어선 다음 다시 1루쪽 덕아웃을 쳐다봤다. 2일 인천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1-2로 뒤진 SK가 4회 무사 1루의 반격 기회를 잡은 다음이었다. 채종범은 한화 선발 송진우의 초구에 번트 모션만 취했다 말았지만 구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그런데 2구째 다시 스트라이크가 선언돼 볼카운트가 2-0이 되고 만 것이다. 만약 여기서 최소한 진루타라도 날리지 못한다면 채종범에게 엄청난 책임이 돌아가야 했다. 그럴 만한 사정도 있었다. 지난 1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조범현 감독에게 던져진 질문 중 하나가 “왜 조동화를 기용하지 않고 채종범을 선발로 썼냐”는 것이었다. 조동화는 올 시즌 출장경기수(110경기)에서 알 수 있듯 SK의 주전 좌익수다. 281타수 74안타로 타율 2할6푼3리, 도루 19개를 기록할 정도로 발도 빠르고 작전 수행능력도 뛰어났다. 반면 채종범은 겨우 8경기에 나섰을 뿐이다(9타수 5안타로 성적은 좋았다). 거기다 1차전 결과도 좋지 못했다. 채종범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두 번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냥 물러난 것이어서 1차전의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이런 판에 2차전 2회 1사 2루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던 채종범이 또 다시 두 번째 기회마저도 날린다면 논란을 넘어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위기에 몰린 채종범은 3구째 볼을 잘 골라 볼카운트 2-1을 만들었다. 4구째는 파울. 5구째 다시 볼이 들어왔지만 속지 않았다. 볼카운트 2-2가 되자 송진우는 정면승부를 택했고 채종범은 중견수 앞으로 잘 받아쳐 무사 1,2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SK는 여기서 후속타가 이어져 5-2로 재역전에 성공. 여기가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이날 SK는 홈런 2개 포함 17개의 안타로 한화 마운드를 폭격했다. 하지만 채종범의 안타 하나는 1/17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포스트시즌 경기는 그 비중만큼이나 온갖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이고 때로는 패전의 책임을 누군가가 혼자서 뒤집어 쓰는 희생양이 생기는 일도 다반사이기에 더 그랬다. 6회 수비부터 조동화와 교체된 채종범은 경기 후 “벤치의 보내기 번트 사인은 없었다. 초구에 아웃 코스 를 예상하고 버스터로 밀어치려고 번트 동작을 취했는데 몸 쪽 스트라이크가 들어와 당황했다. 2구째는 체인지업이었는데 스트라이크가 되더라. 이왕 이렇게 된 것 침착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