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검사의 효과일까. 메이저리그가 3일(한국시간) 6개월에 걸친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을 끝냈다. 플레이오프행 티켓과 함께 가려진 각종 개인 타이틀 수상자의 기록에선 투고타저의 양상이 뚜렷하다
투고타저는 양 리그 타격왕 타이틀 수상자에서부터 감지된다. 마이클 영(텍사스)과 데릭 리(시카고 컵스)가 나란히 데뷔후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리가 3할3푼5리로 영(.331)을 약간 앞섰다. 둘의 타율은 지난해 수상자(AL은 이치로 .372-NL 배리 본즈 .362)보다 모두 3푼 이상 떨어진 수치다. 양 리그 모두 3할3푼대 타자가 타격왕에 오른 건 1990년 이후 15년만이다.
홈런 타이틀은 아메리칸리그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48개로 2년만에 아메리칸리그 정상에 복귀한 반면 배리 본즈가 자리를 비운 내셔널리그는 앤드루 존스(애틀랜타)가 51개로 데뷔 10년만에 처음 '홈런 킹'에 등극했다. 생애 4번째 홈런 타이틀을 따낸 로드리게스는 1937년 조 디마지오가 세운 양키스 오른손 타자 시즌 최다 기록(46개)를 68년만에 경신했고, 존스도 행크 애런과 에디 매튜스가 보유하고 있던 브레이브스 타자 시즌 최다 홈런(47개)를 넘어 애틀랜타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로 50홈런 타자가 됐다.
두 홈런왕의 숫자는 지난해(AL은 매니 라미레스 43개, 애드리안 벨트레 48개)와 비슷하지만 타점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또다시 투고타저를 만나게 된다. 아메리칸리그 수상자 '빅 파피' 데이빗 오르티스(보스턴)은 148개로 '평년작'을 유지했지만 내셔널리그는 앤드루 존스가 128개로 타점왕에 등극, 1995년 단테 비솃(콜로라도.128타점)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타자들이 부진한 사이 투수들은 활짝 기지개를 켰다. 로저 클레멘스(휴스턴)가 1.87로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 보스턴,1.74) 이후 5년만에 1점대 벽을 깼고 아메리칸리그도 케빈 밀우드(클리블랜드)가 2.86으로 2점대를 지켰다. 밀우드는 9승 11패로 시즌을 마감, 1993년 멜 하더(15승 17패, 방어율 2.95) 이후 12년만에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방어율 왕이 됐다. 뛰어난 피칭에도 극심한 득점지원 부족으로 한 자리 승수 방어율왕이 된 밀우드는 투고타저의 또다른 일면이다.
리그 전체로 보면 투고타저라고 단정짓기 힘든 수준이다. 타율은 아메리칸리그가 지난해 2할7푼에서 올시즌 2할6푼8리로 내셔널리그는 2할6푼3리에서 올시즌 2할6푼2리로 약간의 움직임을 보였을 뿐이다. 방어율은 내셔널리그가 지난해 4.64에서 4.57로 낮아졌지만 아메리칸리그는 4.63에서 4.74로 오히려 조금 올라갔다.
특히 정상급 선수들에게서 두드러진 투고타저의 양상은 타자들에게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 약물 검사의 결과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최고 슬러거 배리 본즈가 오래도록 자리를 비운 영향일 지도 모른다. 최고의 창과 방패들이 맞부딪힐 플레이오프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하다.
이종민 기자 min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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