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올드 팬들이라면 아마 이 이름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삼성에서 뛰었던 재일동포 김성길과 올 시즌을 끝으로 지도자로 나서는 기아 이강철. 언더핸드 투수인 둘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화(전 빙그레)를 무던히도 괴롭히는 존재였다. 먼저 김성길. 1988년 플레이오프에서 이겼을 때만 해도 별 일 없는 듯 했다. 하지만 1990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김성길을 공략하지 못해 결국 삼성에 2패째를 당했다. 1991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다시 만났지만 김성길에게 완투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1승 3패로 포스트시즌을 접어야 했다. 이강철은 한 술 더 뜬다.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만나 첫 우승을 꿈꾸던 당시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1989년 한화는 1차전에서 선발로 나온 선동렬을 격파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강철이 문제였다. 2차전, 4차전 모두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한화 타선을 꽁꽁 묵고 세이브를 따냈다. 2년 뒤인 1991년 2차전에도 구원 등판한 이강철은 승리투수가 되며 한화의 희망을 꺾었다. 3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SK는 올 시즌 내내 한화의 천적 노릇을 했던 사이드 암 신승현을 선발로 기용했다. 신승현은 정규리그 한화전에서 5경기에 등판, 3승을 거두며 방어율 0.64라는 완벽한 피칭을 자랑했다. 한화는 1회 2점을 내준데 이어 4회까지 1-2로 끌려갔다.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데이비스가 있었다. 5회 1사 1루에서 등장한 데이비스는 신승현의 5구째 한가운데 들어오는 커브를 잡아당겨 역전 우중월 2점 홈런을 날렸다. 이 때부터 경기흐름은 한화쪽으로 기울었다. 9회에는 진짜 잠수함 투수가 당했다. 선두 타자 고동진이 SK 5번째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의 4구째 몸쪽 커브를 잡아당겨 문학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4-3에서 5-3으로 앞서는 쐐기 홈런이었다. 적어도 준플레이오프 3차전 만큼은 한화의 포스트시즌 잠수함 징크스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잠수함의 천적이라고 불리는 왼손 타자들이 제 몫을 해준 덕이었다. 인천=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